29. 군산 채고마당
29. 군산 채고마당
  • 정준모
  • 승인 2008.12.16 16:1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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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반하고~ 인심에 취하고~
군산을 21세기 서해안 중심도시라고 한다.

세계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새만금 사업으로 펼쳐질 산업과 관광 자원은 물론 무궁무진한 발전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큰 그늘에 가려서일까.

외부인 대다수가 군산 하면 속된 표현으로 문화 예술과 담을 쌓고 살아 삶의 여유를 찾아 보기 힘들다 말한다.

이런 편견을 질책하듯 ‘화려하지도 않고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들꽃처럼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이란 어느 시구처럼 그저 예술이 좋고 사람이 좋아 한패를 이룬 동아리의 역동적인 활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는 곳과 하는 일이 달라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문화와 예술 등 다방면에서 넘치는 끼와 열정을 발산하는 ‘채고마당(대표 채수창)’이 주인공이다



‘채고마당’은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문화.예술인을 후원하자는 취지 등을 안고 지난 2월 출범했다.

군산시 성산면 창오리 창안마을 출신으로 김제경찰서장을 역임했던 채수창 총경이 멍석을 깔았다.

그는 조부가 생전 거주했던 창안마을 옛 시골집을 ‘숲속향기’로 명명하고 채고마당의 예술공간으로 제공했으며 인터넷 다음에 ‘채고마당, 예술에 풍덩’이란 카페를 개설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중이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군산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문화·예술계 인사는 물론 의료인, 종교인부터 전·현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일반인 16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들은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숲속향기’에서 정기모임을 통해 저명인사 특강을 듣고, 음악과 공연을 즐기며 지식과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 데 매달 50여명 이상이 참석해 정보 교류와 우의를 다지고 있다.

채고마당을 언뜻 보면 한낱 평범한 문화·예술 동아리에 불과한 것 처럼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채고마당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신비감과 함께 무한한 가능성이 발견된다.

하나로 어우러지기엔 이질감이 강한 직업을 가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술을 논하고 서로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동아리 존재는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옮겨져 속된 표현으로 각 분야에서 한 가닥 했다는 인사치고 ‘채고마당’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채고마당은 여느 동아리가 갖고 있지 못한 숨겨진 마력을 지니고 있는 걸까.

채고마당의 월례 모임을 참석하거나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카페(http://cafe.daum.net/chaego5)를 방문하면 궁금증은 쉽게 풀린다.

채고마당의 월례모임은 특강,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로 풍성한 먹거리와 다양한 볼·즐길거리로 진행돼 삶의 존재가 느껴지고 인간냄새가 물씬 풍기는 넉넉한 옛 시골장터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고 이 동아리가 문화 예술을 빙자해 무작정 먹고 즐기는 것만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회원들은 본 행사에 앞서 사회 저명인사의 특강을 청취한다.

이제까지 전북도 문인협회 진동규 회장(문학과 인생)과 김제미술협회 정문배 회장(한국화 감상 및 이해), 김제 학성강당 청곡 김종회 이사장(상생을 위한 동북아 지역 공동체), 김성기 새만금사업단장(새만금사업 진행 상황 및 전망), 향토사학자 신정일 선생(금강과 군산의 역사와 문화),원광대 미대 여태명 교수(생활과 서예),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근대화 과정의 우리역사),이건식 김제시장(김제이야기), 김제 김한주 신세계병원장(화를 다스리는 법) 등이 초빙돼 회원들에게 새로운 지식 습득과 삶의 지혜 등을 제공하는 뜻깊은 시간을 연출했다.

또한, 크래식 키타·오카리나 연주회와 재즈 공연, 밸리 댄스, 한량무, 대금 연주 등 여러 장르의 공연과 전위예술은 동아리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또한, 회원 가운데 작가의 예술작품이나 생활·건강용품 등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제비뽑기, 경매 코너’는 회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흥미를 더해주는 채고 마당의 웃음꽃을 피게 하는 별미 행사다.

동아리의 재정적 후원과 다소나마 작가의 창작활동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를 통해 회원들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우수작품들을 거저 얻다시피 하는 행운이 주어진다.

100여만원 이상 호가하는 예술 작품들을 십여만원에 살 수 있고, 생활용품을 시중 반값으로 구입이 가능해 한마디로 문화·예술도 즐기고 물건도 싸게 사는 우스갯소리로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채고마당의 저력은 탄탄한 운영진 등 일사불란한 조직과 왕성한 카페활동이다.

특히, 강선옥 (군산우체국)·곽지술 (크로바출판사 대표이사)·구연식(군산여고 교사)·김주대 (준성전자 대표)·김준관(김준관 치과원장)· 김한주(신세계병원장)·서동석 (군산시 생활체육협의회장)·오성숙 (군산 성산우체국)·이영희 (실버사업)·임은숙(채고마당 카페지기)·전재호(군산 삼성아파트 관리소장)·최윤희(청국장 대표)씨 등 12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은 채고마당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여기에 은쟁반 굴러가는 고운 목소리로 월례모임을 이끄는 시 낭송가 이해숙 등 11명의 운영위원의 헌신적인 봉사는 채고마당의 저력 그 자체다.

채고마당의 트레이드 마크하면 다재다능한 회원들의 정신적 쉼터로 자리매김한 카페를 손꼽을 수 있다.

카페에는 회원들이 올린 수백여편의 창작시와 수필, 사진작품은 물론 각종 전시회와 문학 및 공연 행사들을 상세히 담고 있다.

그동안 가슴깊이 묻어놨던 애절하고 감동적인 사연부터 주변의 재밌는 이야기와 새로운 정보 등을 공유하며 회원 간 돈독한 정을 나누기도 한다.

회원들은 수시로 카페를 들락거리며 채고마당에 대한 애정을 보이곤 한다.

이 가운데 전위예술가로 명성이 높은 ‘선창마녀(닉네임)’의 감칠맛 나는 글은 압권이다.

자신의 신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파격에 가까운 그의 글은 회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수십여개의 댓글이 꼬리를 잇고 그의 얼굴을 궁금해 하는 수도권에서 온 열렬 팬들이 그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을 정도다.

카페지기인 임은숙씨(여린)는 멋진 풍경사진과 음악으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 작가 최윤희씨(연파)는 담백한 글과 사진으로, 서양화가인 김연화씨(자작나무)는 잔잔한 글과 그림으로, 김은희씨(시야)는 한편의 수채화를 연상케하는 서정적인 글로, 정용철(태산)은 기상천외한 유머로 회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시인과 가수, 화가들이 각기 재주를 뽐내고 있다.

채수창 대표는 “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희망은 문화와 예술밖에 없다고 외치지만, 사람들은 당장 살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이 분야를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채고마당이 회원과 시민들의 정서 함양을 도모하고 지역 명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산= 정준모기자 j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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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사랑 2008-12-17 21:47:00
군산 대단한 도시네여.근데 창오리가 어데에요
여린 2008-12-17 07:54:00
도민일보에 저희 기사가 나와 정말 영광 입니다...앞으로 더 좋은 만남의 마당이 되도록 채고 지기 모두 열심히 뛰렵니다....*^^*
산지기 2008-12-17 07:50:00
저의 고향 군산에 아름다운 문화.예술을 추구하는 동아리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더욱 발전하여 군산을 빛내고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동아리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