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해외연수에 대한 유감
지방자치단체의 해외연수에 대한 유감
  • 김은희
  • 승인 2008.12.11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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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가 시행된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전국 지자체들의 해외연수가 정착될 기미마저 보이지 않고 있으니 국민들의 보는 눈길은 곱지 않은게 사실이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방의원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고위공직자들의 외유성 해외시찰에 대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여기에 쓰이는 국민세금이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이들 의원들의 해외연수 실태는 선진지 견학이라는 그럴싸한 명목에다 관광이나 다름없는 일정이 태반이다. 이유야 어떠하든지 지방의원의 경우 1년중 1회씩은 제몫이고 그 외에도 자치단체장이나 관계공무원들의 연수때마다 끼워넣기식 입막기 나누어 먹기식 등 별의별 형태로 년중 계속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 의원들의 해외연수 떠나기 직전까지 국민들의 비난이 두려워 외부노출을 극비에 부쳐 쉬쉬하는가하면 이제는 집단이 아니라 국민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분산식으로 나누어 떠나는 특이한 형태도 보이고 있다.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 떠날때마다 연기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다음에 가도 욕 먹기는 마찬가지다’라는 의견이 우세해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비난은 연수목적과 거기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당연히 결과의 부실을 가져온다.

연수목적의 구체화는 의원들 직무와 연결될때만 가능하다. 막연히 관광개발이니 해외사례 견학이니 하는 포괄적 목적은 저절로 외유성으로 변질하고 만다. 목적에 들어맞는 연수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기껏해야 기관방문이나 관계자와의 간단한 면담이 고작이다. 그 외 시간은 유적지나 관광지 방문, 쇼핑 등에 쓰일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런 일정은 대개 여행사에서 알선한 현지거주 한국인 가이드에 의해 진행된다. 그런데 관광가이드는 여행안내자이지 연수 전문가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관광가이드를 이용한 짧은 대담 후 기념촬영이 전부가 되어선 안된다. 그나마 성의를 보이는 일부의원들조차 기껏해야 몇마디 질문 일방적으로 던지고 답을 듣는 식이다.

지방의원들의 연수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전문가 통역과 동시에 워크숍 형태로 이루어지고 관련분야 전문가의 인솔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연수가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성과를 거두려면 일정을 여행사가 관광 가이드에게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관련분야 전문가와 함께 하거나 현지의 해당분야 전문가를 만나 세미나와 워크숍을 하는 식의 해외 연수가 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도 지방의원들의 연수형태는 개선될 기미가 없이 해마다 똑같은 방식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결국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외유성 형태를 벗어나려면 구체적 목적설정과 실행방법이 전문적으로 철저히 준비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연수결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 결과에 대해선 철저히 책임지는 평가 메커니즘이 마련돼야 한다. 평가는 감시기능도 갖는 만큼 시민단체나 외부인사도 참여하도록 개방하고 해외연수 평가위원회도 설치, 운영되어야한다. 그리고 더 더욱 중요한 것은 연수자 개개인 의지와 태도이다.

이제 더 이상 전국 지자체 의원들은 관광성 외유를 ‘시찰’이나 ‘견학’이란 말로 호도하려 해서는 안된다. 해외연수 보고서 달랑 한두장 아니면 알맹이도 없이 그것마저도 공무원들이 대행하는 실정이므로 혈세 낭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연수를 빙자해 10명, 20명이 한꺼번에 우르르 나가는 관광성 외유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지역현안과 연계해 해법을 찾는 내실 있는 해외연수를 고민할 때가 됐다. 의원 스스로 사명감을 갖고 무엇인가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얻어오겠다는 의지가 있을때 비로소 해외연수의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이병채 남원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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