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기근, 산지폐기의 대안은 없나?
풍년 기근, 산지폐기의 대안은 없나?
  • 이수경
  • 승인 2008.12.10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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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태풍과 같은 큰 기상이변이 없어 대풍년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웃음꽃이 피어야 할 농초에는 느닷없이 ‘풍년 기근’이라는 말이 나돌며 농민들의 한숨을 더하고 있다.

지난 달 전북도는 과잉 생산이 우려되는 김장용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과잉 생산량(20만2천톤) 중 10만톤을 산지에서 폐기 처리하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남아도는 김장용 배추에 대한 수급 안정과 농가 생산비 보장을 위해 과잉 생산 예상량의 50% 가량을 산지에서 폐기하고 해당 농가에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주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바로 ‘원수 같은’ 풍년이 문제이다. 풍요로움을 떠올리는 풍년이 찾아왔지만 애써 가꾼 농산물을 버려야 하는 농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원수가 따로 없다.

이번에 실시되는 산지 폐기는 지역 농협과 계약 재배된 물량과 농가자율 신청량 중 상품성이 있는 곳에 대해 추진되며 지원되는 금액은 10a당 50만5천원으로, 지원을 받게 되는 농가는 배추가 시장에 출하되지 못하도록 트랙터 로터리 작업 등을 통해 배추밭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

좁은 국토에서 ‘울며 겨자 먹는’식으로 일부러 자원을 낭비해서라도 생산자인 농민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산지 폐기에 대한 사회의 시각도 곱지 않다. “값싼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느니, “과잉농산물을 복지시설에 무상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등의 주장이 나온다. 예전과 달리 소비자의 구매권은 강화되었고, 폐기되는 농산물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복지기관을 돕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산지 폐기는 가격 등락이 심한 무, 배추 등 16개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최소한의 농가소득을 지지하기 위해 199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수급안정사업의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수요와 공급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결정원리라고 본다면, 풍년으로 인해 옆으로 멀어진 공급곡선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시장가격을 조절하겠다는 셈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남은 물량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내년 농사를 준비하고자 하는 농업인의 처절한 자구 노력인 것이다. 여기서 중국산 수입농산물로 인한 공급침식과 중국해외 여행객들의 저물가 농산물을 구매하여 양손에 들고 오는 양도 무시를 못하는 실정입니다.

또 산지 폐기 대상 물량을 복지시설에 무상으로 공급할 때 운송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많은 물량을 격리시켜야 할 절박한 입장에서 보면 망설여지는 고민도 이해해 줘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가소득 지지를 위해 산지 폐기만이 유일한 대안일 수는 없다. 산지 폐기가 중요한 정책 수단일지라도 사후적 조치일 수밖에 없기에 생산자단체, 농업인, 정부, 소비자 모두가 지혜를 모아 사전적이고 근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는 농업인에게 보다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한 두둑 적게 심기’등 적극적이고 사전적인 생산조정 능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업인도 적정 재배면적과 작목 선정 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겠다. 정부 역시 수급안정사업자금 확대와 산지 폐기를 대신할 새로운 제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 · 농촌을 둘러싼 환경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고, 안전한 국산 농산물을 애용하는 소비자의 끊임없는 관심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이처럼 생산자단체, 농업인, 정부, 소비자가 한마음 한뜻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국산 농산물 시장을 지킬 수 있고, 산지폐기의 악순환의 고리도 끊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과유불급이라는 옛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뜻인데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공감되는 선조들의 지혜이다. 풍년 기근이 성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조종곤 / 도의원(산업경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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