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겨울의 역사는 반복되는가?
추운겨울의 역사는 반복되는가?
  • 전희재
  • 승인 2008.12.09 14: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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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겨울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 호텔들은 이스라엘 중고등학생들로 붐볐다. 이들 학생들은 폴란드의 남서부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답사하기 위한 수학여행길이다. 1940년 히틀러가 유럽의 유태인들을 학살하기위해 교통의 요충지에 세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가는 겨울 길은 눈물의 길이다. 쉰들러리스트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낙엽이 떨어지고 눈덮힌 포플러나무 숲속에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으로 둘려진 수용소는 유태인들 1백50만명 정도가 집단 학살된 장소이다. 수용소에는 언젠가 다시 석방될 것을 기약하면서 귀향할 때 쉽게 찾기 위해 자기 주소와 이름을 써놓은 가방이나 구두 및 어린이 신발부터 학살된 유태인들의 금틀니, 머리카락등 남겨진 유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이러한 유품들을 보면서 선조들의 아픔을 마음속에 새긴다. 특히 이들 학생들은 유태인들이 처형되었던 장소에서는 가지고간 촛불을 켜주고 꽃다발을 놓은 후 서로 부등켜 안고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그들은 마음속깊이 외친다. “용서하자, 그러나 다시는 잊지 말자”고. 이스라엘은 비극의 역사현장을 학생들로 하여금 답사를 시켜 다시는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학생교육을 위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권장한다고 한다.

1997년 12월 외환보유액이 39억불에 불과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IMF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였다.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한 전 국민은 혼연일체가 되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모으기운동을 비롯해서 국산품애용, 근검소비절약운동을 벌였었다. 1998년 5월 전북도청직원들도 도내 가장먼저 금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전주 중앙동에 위치한 구 도청 회의실에서는 도지사를 비롯해서 도청 간부 및 전 직원들이 차례로 줄을 서서 장롱속에 간직했던 돌반지나 목걸이, 팔찌등을 내놓았다. 전국적인 금모으기운동에 350만명이 동참하여 21억불을 모았으며 금융시장 개방과 공기업 민영화, 구조조정등을 비롯하여 국민들의 해외여행자제 및 근검절약등 혼연일체로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국민운동에 힘입어 2001년 8월 23일 1억 4천만 달라를 마지막으로 총 195억불을 상환하여 IMF를 조기 졸업하는 국민저력을 보였었다. 그러나 IMF기간중 기업부도와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없어져 많은 실업자들이 추운 겨울을 견뎌야만 했었다.

2006년 한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500만명이 넘었었다. 중국의 골프장은 한국 사람들로 가득 찼고 한국인 전용 골프장과 골프텔을 이용하는 여행 패키지 상품은 연일 신문광고를 메웠었다. 골퍼로 가득한 비행기에 골프채를 다 실지 못하여 골프채를 실은 컨테이너는 별도 비행기로 실고 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동남아시아의 거리나 술집, 골프장들도 역시 한국 사람들로 넘쳤고 한국 돈은 달러 못지않게 인기가 있었다. 또한 국내 골프장들도 젊은 골퍼들로 가득 메웠다. 우리는 높아진 소득을 즐기는 여유로 달러를 마음껐 쓰면서 관광과 레저를 만끽했다.

IMF를 조기 졸업한지 7년여 만에 미국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우리나라를 계속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작년말 환율이 거의 1달러당 930원내외이었으나 현재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2006년말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었다고 자축했었으나 이제는 2만달러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서브프라임으로 인해 국제 금융위기가 촉발되어 신용경색이 일어나 외국 투자가들이 빠져나가는 원인도 있지만 2006년부터 은행들이 단기 달러외채를 끌어들여 부동산대출에 경쟁적으로 뛰어 들어 예금 수신고보다 더 많은 평균 124%가 넘게 대출했던 후유증이 심각하다. 가계금융대출이 660조에 달하고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25만채가 넘을 것이라고도 한다. 은행들은 BIS비율이 10%내외인 상황에서 자체 살아남기 경쟁으로 자금 확보에 비상이다. 정부는 은행의 유동성을 높여 주고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예방하며, 건설업계의 유동성을 높혀 주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하락에 이어 우리나라 수출의 거의 70%를 의지하고 있는 미국.중국시장이 내년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우리나라 상용차 생산의 거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도내 자동차업계의 수출을 비롯하여 여타 수출산업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제 우리는 다시한번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0년전 추운겨울을 견디면서 IMF를 조기에 극복했던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한다. 달러를 절약하고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제거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건실한 경제활동에 동참해야 한다. 다시는 추운겨울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스라엘 학생들의 마음속 깊은 외침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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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금 2008-12-15 14:38:00
“용서하자, 그러나 다시는 잊지 말자”라는 교훈을 후손들에게 물려줄려면 '비극의 역사현장'을 보존해야 산교육이 될수있다. 정말로 실감있고 교훈적인 내용의 글입니다.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