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부족한 대화, 편지로 해결해요”
(재송)“부족한 대화, 편지로 해결해요”
  • 소인섭
  • 승인 2008.12.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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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대화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이 흠이에요. 그래서 괜한 것을 두고 티격태격하거나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곤 하잖아요. 편지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따뜻한 글귀 하나가 꽁꽁 언 맘을 녹일 수 있으니까요” 질서문화연구회(이사장 김영구) 조강래(72) 명예이사장의 편지 예찬이다.

미안함과 고마움, 사랑과 때론 질시를 전달하는 통로였던 편지가 어느 틈엔가 전화에 밀려났다. 넉넉한 편지지 대신 일부나마 이메일과 휴대전화 메시지가 담당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편지만큼 훈짐이 더해진 소통의 기재만한 것은 없다. 특히 경기가 얼어붙고 마음마저 스산해지는 세밑이라면 온기 가득한 편지가 그리워진다.

언젠가 한 외국 암환자가 도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의료진에게 “정성어린 치료 덕분에 폐암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란 말을 전화대신 정감 어린 편지를 띄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편지만큼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질서문화연구회는 초등생의 편짓글을 수집해 문집을 만들어 학교에 배포하는가 하면 한 단체는 청소년들에게 효도편지 쓰기를 장려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편지쓰기 문화를 자극해 오고 있다. 언젠가 도내 단체장은 전 직원에게 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비록 이메일이지만 “비록 힘들더라도 지역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합시다”라며 ‘감성 리더십’을 발휘해 주목을 받았다.

우편함에는 사라진 편지 대신 메마른 우편물뿐이다. 특히 대화가 부족한 현대인에게는 편지만한 게 없다는 것이 조강래씨의 조언이다. 그는 “대화의 부재는 사회를 더욱 경직되게 하죠. 전화가 편하지만 사소한 일에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서인지 곧잘 싸움질을 해요. 또 말에 책임을 싣기엔 편지가 중요한 수단이 되죠”라며 편지쓰기의 장점을 강조했다.

조 씨가 이끄는 질서문화연구회는 한 해 동안 초등학교에서 오고 간 편지를 모아 편지 모음집을 발간해 왔다. 올해는 ‘얘들아! 꿈은 꾸는 자의 것이란다’라는 제목으로 230여 편의 편짓글을 담아 발간했다. 올해로 11번째 모음집이다.

편지는 부모와 자녀 간, 스승과 제자 간, 스승과 학부모 간, 친구 간, 가족·선후배 간, 명사들이 손녀나 교사에게 전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편지에서 김은진 군은 우산꽂이에 침을 뱉은 사람을 찾는 선생님에게 자수하지 못했던 것을 편지를 통해 “부끄러워 손을 들지 않았지만 엄청 후회했어요”라고 고백하고 선생님은 다시 편지로 “솔직하고 착한 마음이 가득 담긴 편지를 읽고 행복했단다. 참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용서하는 한편 기를 북돋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한 어머니는 학원에 보내주지 못한 속상함을 담은 편지를 자녀에게 써 우울하게 했다.

소인섭기자 i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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