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63)
유산(63)
  • 이수경
  • 승인 2008.11.27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스 한을 돌려보낸 아쉬움과 함께 잠은 천리나 달아나 버렸다. 남자는 다 그런 것인가? 수연이를 그리워하면서도 밀쳐낸 보낸 미스한의 하얀 속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무슨 조화 속일까? 수연이가 아니었으면 미스 한을 그저 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무언가에 농락을 당한 것처럼 알 수 없는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날을 새웠다.

아침은 먹고 다시 다방에 들렸다. 수연이는 자리에 없다. 미스 한이 쌜쭉 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어젯밤 돌려보낸 것이 아쉽다. 금반지 닷 돈에 이렇게 황홀해 하는 여자라면 순진한 것이다. 이 여자라면 방을 하나 얻어서 살림이라도 차리고 싶다. 얼굴도 마음도 아깝다. 하지만 수연이가 보는 앞에서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미스 한이 다가와 앞자리에 앉았다.

“이거.”

흰 봉투를 내밀었다.

“무엇이지?”

“주인이 고맙다고 인사하는 거야.”

“그딴 걸 왜 받아?”

“관례야. 이 바닥에서는 이런 것 받지 않으면 더욱 이상하게 생각해.”

“무슨 소리야?”

“파출소에도 매달 가져다 받치고 있어.”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다. 관례라는데 이것가지고 콩이야 팥이야 하다가 가짜 형사가 들통나면 그것이 오히려 더 복잡하게 될 것 같다. 수연에게 돌려주더라도 일단 받아 두어야 할 것 같았다. 봉투를 전해준 그녀가 일부러인지 어젯밤 복수인지 다른 날보다 오히려 손님들과 더 진한 농담까지 하고 있다. 뒷문으로 수연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눈치를 살폈지만 또 무표정이다.

그날 따라 손님이 많았다. 미스한은 앞자리에 앉지도 않았다. 보라는 듯이 근처 옆자리 손님들 자리에 앉아 야릇한 미소까지 띄우고 있었다. 그녀가 자리를 피해서 혼자 앉아 있으려니 조금은 멋쩍다. 자연히 시선이 공중에 머물렀다. 두리번거리던 대두의 눈이 앞자리에 멎었다. 미스 한이 손님들 맞은 편에 앉아있다. 오늘따라 미스한의 종아리가 우유 빛처럼 곱다는 생각을 했다. 어젯밤 그냥 보낸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통이 작은 치마를 걷어올리지 못해서 불편했던지 궁둥이를 약간 틀어 올렸다. 순간 헉 숨이 막혀 왔다. 노 팬티였다. 그녀도 어젯밤 풀지 못한 욕정 때문에 흥분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시커먼 사타구니가 훤하게 보였다. 어젯밤 돌려보낸 것이 더욱 아쉽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가슴이 콩닥거린다.

보지 말아야겠다는 것은 마음뿐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다시 돌아갔다.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더욱 편한 자세로 앉았다. 앞자리 손님에게 집중을 하느라고 대두가 자신의 치부를 쳐다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아주 편안한 얼굴이다. 아니 일부러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젯밤에 그냥 보낸 것이 후회된다. 하얀 속살에 살짝 보이는 시커먼 사타구니가 어우러져 예술이다. 훔쳐보는 재미가 더 좋다. 옆 사람 눈치가 문제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