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62)
유산(62)
  • 이수경
  • 승인 2008.11.27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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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녀의 입에서 수연이 사연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마담언니도 기구한 운명이야.”

“어째서?”

“사기 결혼을 당했데.”

“그럼 지금 혼자야?”

“몰라.”

“사기라며?”

“처자식이 있는 사람에게 속아서 온 거야.”

“첩으로 사는 거냐?”

“그렇겠지.”

“알아보지도 않고 결혼했데?”

“병든 어머니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데. 효녀 심청이었던 모양이야.”

미스한의 말을 대충 종합해 보면 어머니의 병원 비를 해결해 주겠다는 남자에게 시집을 같지만 그 자체가 사기였다는 것이다. 결혼을 한지 일년도 못되어서 치료를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한 어머니는 병이 깊어져 돌아가시어 버렸다.

“지금은 이혼 한 거야?”

“첩인데 이혼하고 말 것도 없지.”

“함께 살고 있냐고?”

“몰라. 이 바닥에서는 사생활을 묻지 않는 것이 예의야.”

“그래?”

미스 한이 다시 가슴으로 파고들고 있었지만 수연이 생각으로 몸이 자꾸 식어 가고 있었다. 미스 한을 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차마 수연이가 알고 있는 그녀를 타고 넘을 수가 없었다. 자존심으로라도 그녀를 그냥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밀어내다 시피 미스 한을 달래서 돌려보냈다. 자존심 문제라던 그녀가 무슨 생각인지 순수하게 방을 나가 주었다. 함께 나오려다가 그냥 누었다. 하룻밤 어디서 보내면 어떤가? 혼자 누어있으니 어둠 속으로 수연이와 함께 살던 대둔리가 밀려오고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보천사를 다녀오던 그 해 여름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나이보다 훨씬 성숙했었다. 물에 젖어 굴곡진 그녀 몸매가 너무 고혹적이었다. 번개가 흩고 지나갔을 때 놀란 그녀가 품으로 달려와 안겼다. 출렁이는 가슴이 밀착되어 올 때 숨이 멎어 버릴 듯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녀를 안고 길가 느티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몸을 밀착시켜 왔다. 어깨 뒤로 돌려 안고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지면서 물에 젖은 입술이 다가왔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가슴에 손을 넣었다. 그녀의 입김이 다가왔다. 긴 입맞춤이었다. 비도 번개도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수연아! 우리 영원히 함께 하자.”

“응, 그래!”

둘 이는 한 몸이 되었다. 제 쪽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다. 한데 세월이 가고 나이가 먹었다고 해서 지금처럼 돌변 할 수가 있는 것인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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