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축시
창간 축시
  • 김효정
  • 승인 2008.11.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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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으로 흘러야 하리

- 전북도민일보 창간 20주년에 부쳐

소재호(시인)

구한말 어둔 시절

모든 깃발을 끌려 내려지고

펄럭거릴 희망조차 없을 때

한민족이란 운명 하나만 맥박으로 뛰었어라

모진 되바람

베옷 숭숭 뚫고 지나가던

우리네 역사의 남루.

닭 울음이 아무리 허공을 쳐도

새벽은 동녘을 열지 못하였나니.

그러나 우리는

처참한 가난을 가난이라 여기지 않았으며

인정만 다둑이며 살아왔느니

온갖 고통을 고통이라 여기지 않았으며

눈빛들 서로 융숭히 마주하였느니

문화 예술만 빛나게 가꾸었어라.

아, 무너지면 다시 세우고

넘어지면 다시 일으키고

전라의 땅엔 민족혼이 살아 숨쉬었나니.

깨우더이다.

새벽잠 머리맡에서 마침내

우렁차게 깨우더이다.

칠천하고도 삼백날 전북도민일보는

우리네 무딘 정신을 깨우더이다.

그리하여, 이젠 깨인 정신으로 나아가리니

지나가는 것은 그냥 가게하라.

오는 것은 복지요, 평화요, 정의요,

아니 우리들 거록한 정신 문화.

맞이하라, 우리를 생동케하고 기름지게할

거룩한 화두를

그리하여, 지즐대며 강폭 가득히

큰 강으로 흘러야 하리.

큰 가람으로 우리가 함께 가야 하리.

김효정기자 cherry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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