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탈-혼란과 질서의 반복
프랙탈-혼란과 질서의 반복
  • 소인섭
  • 승인 2008.11.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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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할 때 자신을 닮게 만들었다고 기록되었다. 수학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자기 닮음의 원칙은 프랙탈의 원리이므로 프랙탈 기하학을 이용해서 인간을 창조했다는 말이 된다. 프랙탈의 속성은 자기 유사성과 순환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삼라만상이 들어 있을 것만 같은 만델브로트 집합이나 줄리아 집합 뒤에는 z = z2 + c 이라는 간단한 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프랙탈 기하학은 최근 컴퓨터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잘 알려지게 되었다. 비록 몇 줄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내용은 앞으로 우리가 연구해야 할 과제다.

태초에는 혼돈이 있었다. 혼돈이란 뜻을 가진 카오스는 자연현상에서의 혼돈과 무질서에 대해 연구하는 이론이다. 카오스 이론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연결 지을 수 있으며 다양한 학문에 적용시켜 볼 만큼 폭이 넓은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간단한 기하학적 도형이 복잡한 유기적 형태로 변하고 있는 내용은 저 멀리 오랜 옛날 피타고라스의 신비주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기원전 8세기에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질서 정연한 우주가 생기기 이전에 큰 혼돈상태인 카오스(khaos, 그리스어)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카오스는 '망망한 허공'이란 뜻으로 쓰여 졌다. 카오스로부터 에레보스(어둠)와 뉴크스(밤), 가이아(대지), 타르타로스(저승)이 태어났으며 이들로부터 아이텔(하늘의 빛, 정기)과 헤메라(땅의 빛, 낮)가 만들어졌다. 그 후 질서의 세계인 코스모스가 생겼다. 그리스 신화에 있어 혼돈은 비밀에 쌓인 어떤 것으로서, 질서 있는 세계에 앞서 있는 우주의 최초 원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사실 자연의 세계는 선형적인 사고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의 배경에는 분명히 전통적인 환원주의적 사고 방법만으로는 인식 불가능한 어떤 숨겨진 영역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해 왔을 것이다. 오늘날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한 이래 고전 물리학적인 사유방법이 어떤 한계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의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혼돈의 문제가 과학의 연구 대상으로 제기된 것은 새로운 과학방법을 요구하는 현대의 시대정신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양의 혼돈은 분석적 지식에 대비되는 무위자연의 의미로 이 세상의 가장 근원적이며 이 우주의 질서라고 여겼다. 동양의 철인인 장자는 혼돈과 애매성은 그 자체로 내버려둬야지 그곳에 인위적인 작위성을 가하면 생명력을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반면 서양의 혼돈은 코스모스의 창조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였으며 그들의 철학과 과학은 질서와 합리성 위에 이루어졌다. 질서와 법칙에 대한 연구는 서양의 과학을 크게 발전시켰으며 오늘날 동양보다 서양의 과학이 더 많은 발전 요인이기도 한다. 하지만 동서양의 혼돈에 대한 공통점도 찾을 수 있다. 즉 카오스란 혼돈, 무질서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무질서의 정반대인 질서가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카오스는 무한한 질서를 내포하고 있으며, 풍부한 새로운 구조를 자유롭고 역동적으로 자기 조직하는 능력이 있고 또한 그 속에 무한한 창조성을 지니고 있다. 혼돈과 질서의 반복적인 패턴이 프랙탈이며 그 속에는 삼라만상이 꿈틀대고 있다.

프랑스의 수학자인 만델브로트는 1967년 영국에서 발행되는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에 ‘영국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선의 총 길이는 얼마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바보 같은 질문 같은데 이 글에서 만델브로트는 영국의 해안선의 길이는 어떤 자로 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 과학자들도 만델브로트가 프랙탈 이론의 선구자로 알려진 후에는 해묵은 사이언스 잡지를 뒤적거렸다는 우스운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프랙탈이라는 용어는 만델브로트가 IBM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자신이 연구하던 것들을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책의 제목을 생각하다가 라틴어의 Fractus라는 낱말을 발견하여 프렉탈(FRACTAL)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프랙탈 기하학이 정수가 아닌 분수(Fractional)차원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프렉탈 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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