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 파장> 산업기반 취약 전북 ‘직격탄’
<수도권 규제완화 파장> 산업기반 취약 전북 ‘직격탄’
  • 남형진
  • 승인 2008.10.3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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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30일 발표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은 사실상 그동안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에 부딪쳐 속도를 내지 못했던 수도권 규제 완화를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높다.

국제 금융위기가 국내 경기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수도권 자치단체들과 지역균형발전 관련 단체 등은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저버린 것이라는 반발감만 고조시키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이날 정부가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이라는 포장지로 감싸 놓은 수도권 규제 완화는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 경제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지방이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핵심.

과밀억제권역 및 성장관리권역내 산업단지내 규모와 업종에 제한없이 모든 공장의 신·증설과 이전이 허용된다. 수도권 오염총량제 적용 대상도 연면적 200㎡에서 500㎡로 대폭 완화되며 환경 규제 방식을 사전 입지 규제에서 사후 배출량 규제로 전환시켜 놓고 있다.

수도권내 창업 기업의 취·등록세 중과(현행 3배)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수도권 산업단지내 대기업들의 공장 신설도 허용되며 성장관리권역의 경우 96개 첨단업종 기존 공장의 증설 범위를 확대하고 과밀억제권역에서도 이들 업종에 대한 공장 증설이 확대된다.경제자유구역과 주한미군반환 공여구역, 지원도시 사업구역 산업단지는 수도권 총량 규제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사실상 이번 조치로 수도권 지역에는 엄청난 규모의 공장 용지 공급이 가능해 지방의 기업유치 노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산업기반 취약한 전북 후폭풍 우려

수도권 규제 완화가 시행될 경우 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전북도의 전략에는 엄청난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들어 기업 유치에 나선 전북도 실무진들은 과거와는 달리 수도권 기업들과의 이전 상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기업들이 정부 방침 확정으로 더이상 지방 이전을 고려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 전북도의 기업 유치는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아직까지 수면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수도권에서 이전해 온 기업들의 U턴 현상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산업 기반이 취약한 전북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자동차 핵심 부품과 항공·우주 산업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계획인 전북 입장에서는 관련 기업 유치가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 개정 없이도 정부 자체적으로 추진.

정부가 이날 발표한 수도권 규제 완화는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회에 제출돼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은 국회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정부가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으로 포장한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은 시행령과 규칙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국회 내부적으로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비수도권 대정부 투쟁 예고.

비수도권 자치단체와 정치권 등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공동 대표 김관용 경북지사, 이낙연 국회의원)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사실상 ‘철폐’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비수도권 13개 광역단체장들은 내달 4일 실무협의회를 갖고 대정부 공동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서는 한편 지방분권·균형발전 전국회의 등 관련 단체들의 규탄 상경 집회(11.7)도 잇따르고 각종 세미나와 연구 보고회 등도 계획돼 있어 비수도권과 정부간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전망.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해법으로 내놓은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이 시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한나라당 내부 협의 과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비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정부의 밀어부치기식 수도권 규제 완화를 쉽게 동의해 줄지는 의문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광우병 논란으로 초래됐던 쇠고기 파동에 이어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심각한 제2의 국론 분열 위기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남형진기자 hj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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