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물면 반사기
포물면 반사기
  • 소인섭
  • 승인 2008.10.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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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 가면 많은 볼거리가 많다. 그 중에서도 미국 국회 의사당은 그 우아함이나 웅장함은 대단하다. 미국 국회의사당은 높이 94m, 길이 250m에 달하는 건물로 현대건축의 백미로 꼽힌다. 약 4,800평 규모에 540개의 방과 658개의 창, 850개의 문을 갖추고 있으며 상원과 하원이 함께 사용하는 국회의사당은 해마다 수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워싱턴의 가장 인기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의사당에는 남쪽으로 거대한 돔형 홀인 동상들의 홀이 있는데 이 홀의 이름은 1864년 각 주에서 유명한 시민 2명의 동상을 세우게 됨에 따라 그 이름이 지어지게 되었다. 1857년까지 이 홀에서 하원회의가 열렸지만, 그 후에는 회의가 중단되었다. 그 이유는 한 의원이었던 존 쿼시 아담스(J. Q. Adams)가 이 홀에서 특이한 음향현상을 발견하였다. 그는 어느 순간에 홀의 다른 쪽에서 대화하는 내용을 분명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에 일어서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들이 대화하는 소리는 홀의 다른 편에서 오는 소리를 전혀 방해하지 않음을 알았다. 아담스 의원의 책상은 반사하는 포물면 천장의 초점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초점 근처에 있는 하원 의원들의 사적인 대화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소리는 포물면 반사경을 부딪쳐 되돌아오며 반대의 포물선 반사경을 따라 초점에 부딪치도록 평행하게 이동한다. 그래서 하나의 초점에서 발생한 모든 소리는 다른 초점을 통과하게 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중국 북경에 있는 천단공원의 천단의 내벽에도 똑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황제가 하는 소리를 먼발치에 있는 신하들이 듣고 정보를 알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과학이 발달한 미국의 하원회의장에서는 이 법칙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중국의 천단공원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 지은 것이다.

이와 같이 음파는 두 개의 포물면 반사기를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을 잘 이용한 것 중의 하나를 샌프란시스코의 탐험관에서 볼 수 있다. 이 모델에서 반사기는 각각 반지름이 2.4m이고 15m 떨어진 곳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어떤 사람이 하나의 반사기의 초점에서 속삭이면 다른 반사기의 초점에 서있는 사람은 그 소리를 분명하게 들을 수 있다.

포물면은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다. 포물면으로 된 안테나는 전파의 수신만이 아니라 송신에도 쓰이는 장치인데, 이것도 포물면 거울의 형태를 띠고 있다. 포물면의 초점에서 방출된 전파는 축과 평행인 방향으로 진행하고, 포물면의 축과 평행하게 접근한 전파는 포물면에 반사돼 초점에 모인다. 따라서 포물면 안테나는 전파를 일정한 방향으로 집중시켜 송수신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파 중계나 위성 방송의 수신 등에 쓰인다. 요즈음에는 위성방송이 많이 보급되어서 어느 정도 생활수준이 있는 지역에 가면 아파트에 위성안테나가 달려 있는 것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이 위성안테나를 일명 파라볼라 안테나라고 하는데, 이것은 수학의 포물선 함수를 응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포물면은 빛이나 전파들을 한 곳으로 가장 잘 모으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성질을 파라볼라 안테나에 적용한 것이다. 또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포물선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여 얻어지는 모양이다. 초점에 위치한 전구로부터 발사되는 모든 빛은 포물면의 축에 평행하게 반사된다. 즉, 지면과 평행이 된다. 그 외에도 포물면 반사기는 통신기기, 전자 탐지 시스템, 레이다 시스템과 망원경에서도 볼 수 있다. 레이다에는 전자파 빔이 목표물을 맞고 되돌아오면, 이것을 신호처리 하기 위해 반사기는 반사된 빔을 모아서 집중시킨다. 이것은 포물면 반사기가 되돌아오는 신호들을 초점으로 반사시키기 때문에 가능하다. 포물면의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미약한 전파를 잘 탐지하는 안테나를 제작할 수 있다. 가정용으로 제작된 이 작은 안테나는 흔히 접시 안테나라 불리는 것으로 제대로 된 명칭은 `포물면 안테나'이다. 이 포물면 안테나만으로도 먼 나라의 방송을 생생하게 수신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포물면’은 수학에서 ‘포물선’(parabola)을 의미한다. 전파를 탐지하는 안테나와 수학의 포물선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중학교 수학에서 2차함수를 배울 때, 2차 함수 그래프와 같은 모양의 곡선을 포물선이라고 부른다. 포물선은 공중으로 비스듬히 던져 올려진 물체나, 대포로 공중을 향해 쏜 포탄이 땅에 떨어질 때 지나는 경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중력만 작용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사실 자유낙하 하는 물체의 낙하 거리를 구하는 그 유명한 공식도 2차 함수 꼴이다. 다리 중에는 양쪽에 거대한 주 탑을 세운 후 케이블을 이용해 연결한 현수교가 있다. 우리나라의 남해대교, 미국의 금문교 등이 그 예이다. 재질이 균일한 줄의 양끝을 같은 높이의 두 위치에 고정시켰을 때, 그 사이에서 줄이 쳐진 모양과 같은 곡선을 현수선이라고 한다. 이 말에서 현수교라는 이름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현수선 모양으로 처진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하중을 주면, 포물선 모양으로 바뀐다. 현수교의 경우에도 주 케이블에 일정한 간격으로 로프를 설치한 상태에서 하중을 주고 있으므로, 주 케이블은 포물선인 셈이다. 그렇다면 현수교는 ‘포물교’라고 불러야 정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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