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보내도 걱정, 안 보내도 걱정
유학을 보내도 걱정, 안 보내도 걱정
  • 한기택
  • 승인 2008.10.28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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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구소에 한 통의 상담전화가 왔다.

나이가 60이 넘었다는 이 분은 금지옥엽으로 키운 외아들로부터 ‘아버지가 어차피 물려줄 집이니까 지금 팔아서 유학을 보내 달라’고 하여 충격을 받았으며, 본인의 노후 생활과 자녀를 위한 유학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였다.

‘유학을 보내는 것이 좋으냐? 나쁘냐?’는 이 분만의 고민이 아니라 자녀를 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일 것으로 생각된다.

통계청이 전국의 만 15세 이상 가구원 4만2000명을 조사한 ‘2008년 사회통계조사결과’에 따르면 30세 이상 학부모의 48.3%가 자녀의 해외 유학을 희망했다.

예전에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조기 유학을 보내던 것이 요즈음은 앞서가는 자녀교육방법의 하나로 생각하고 조기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다.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고 하지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그래도 취업이 잘되는 편이다. 그러니 해외연수 1년을 포함해서 대학이 5년제가 되어가고 있으며 전공보다 토익, 토플시험에 매달리는 우리 교육 현실이 딱하기만 하다.

하지만 자녀 유학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만이 아닌 것 같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조기 유학을 경험한 서울의 학부모 313명을 상대로 ‘친지에게 조기 유학을 권고하겠냐’고 묻자 ‘적극 권유하겠다(15.7%)’고 답한 비율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하겠다(83.5%)’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다시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37.8%가 아니라고 답했다.

또한 유학을 가기 전에 ‘성적이 상위 10%에 속했다’고 응답한 학부모가 50.4%이었지만 유학에서 돌아온 후에는 31.5%에 불과했으며, 자녀가 하위 50%에 속한 숫자를 비교해보면 출국 전 4.3%에서 귀국 후 14.7%로 늘어나 조기 유학 후 자녀의 성적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 부담이 큰 우리 실정에 유학생의 경우에는 평균하여 수입의 39.8%가 유학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으며, 평균 유학비용은 1년에 약 3천만 원(1달라 1300원 환산)이고, 많은 사람은 4천~5천만 원이 소요된다고 하며, 기러기 아빠와 펭귄 아빠의 슬픈 연가는 우리에게 시사해주는바 크다.

이렇게 어려움이 많고 힘드는 유학인데도 학부모들의 21.8%만이 ‘조기 유학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한 후 신중하게 보내고 있다’고 답했을 뿐 ‘아니다 55.1%’, ‘잘 모르겠다 23.1%’로 나타나고 있어서 걱정된다.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을 세계가 인정하는 실력 있는 사람, 한 분야의 우뚝선 전문가,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는데 유학은 참으로 의의 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묻지마 유학’으로 아이를 망치고, 가정을 산산조각 내는 비뚤어진 교육열은 버려야 하며, 성급한 유학결정 보다는 자녀의 어학 능력, 사회 적응 능력, 가정형편과 특수성, 졸업후의 진로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자녀와 충분히 의견을 나눈 뒤에 심사 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의 조기 유학은 부모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때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유학을 보내는데 ‘자신 있어’라는 확신이 있다고 해도 조심, 조심해서 추진해야 하며, ‘2008년 사회통계조사결과’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원하는 유학단계는 대학교(48.7%), 중학교(14.8%), 고등학교(14.7%), 초등학교(12.3%), 대학원 이상(9.4%)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첨언한다.

끝으로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학교를 다녀도 외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유학에 소요되는 경비와 정성과 시간을 투자한다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해 보며 우리나라의 벙어리 영어 교육의 틀과 사회와 기업들의 무조건적인 유학생 선호사상이 하루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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