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낸 군산의 갈참
큰일(?)낸 군산의 갈참
  • 정준모
  • 승인 2008.10.24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대 은어로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고참을 일컬어 ‘갈참’이라고 한다.

‘갈참’하면 속된 표현으로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라”는 말로, 한마디로 매사에 무리하지 말고 ‘복지부동’하란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23일 군산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근대산업유산 문화창작벨트 사업’에 최고 점수로 선정돼 1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는 낭보를 전했다. <본보 24일자 보도>

이 사업은 지난 6월 문체부가 새 정부의 문화관련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주최한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공모사업으로, 시는 전국 16개 지자체 가운데 엄정한 심사 끝에 최고의 성적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게 된 것.

이에 따라 시는 내년부터 오는 2011년까지 장미동 내항 일원에 추진중인 시립도서관 부근에 보존할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 내항부두를 비롯해 옛 조선은행, 나가사키18은행, 세관 등 다수의 근대 문화 유산을 발판으로 근대문화테마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사업은 최근 근해어업 몰락과 상권이동 등으로 급격히 몰락의 길로 접어든 원도심 지역을 소생시키고 근대문화유산의 도시라는 특화된 이미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군산시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빛나는 성과 뒤에는 반드시 일등공신이 있는 법.

관계공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퇴역을 코앞에 둔 ‘갈참’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업 선정을 위해 각 지자체가 사력을 다하는 치열한 상황에서 ‘노병(?)’은 자신의 오랜 공직생활에서 터득한 노하우로 사업의 성격을 간파, 빈틈없는 준비로 마침내 큰일(?)을 냈다는 것이다.

공무원 A씨는 “공직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상사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사명의식을 가지고 일을 덤비는 열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데다 큰 밑그림을 그려준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년 전 모 대학교수가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사회공적이론’이란게 있다.

그 교수는 시회발전을 가로막는 ‘3가지 사회공적 부류’로 ▲무식한 사람이 전문직에 앉아있는 경우▲무식한 사람이 소신을 갖고 있는 경우▲무식한 사람이 부지런한 경우를 지적했다.

이걸 거꾸로 뒤집으면 근래 군산시가 역동적인 모습으로 비치고 서해안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근원에는 ‘갈참’이란 숨은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오랜만에 묵은 장맛의 깊이에 군산시의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군산= 정준모기자 jj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