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세계
무한의 세계
  • 소인섭
  • 승인 2008.10.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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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탈이란 개념은 무한이란 개념을 전제로 하고 만들어진 학문이다. 프랙탈 도형은 생성자를 무한히 반복하므로 얻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프랙탈이라는 기하학을 통하여 무한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기하학이란 학문의 특색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무한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이 바로 프랙탈 기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무한을 다루는 학문은 수학과 철학뿐이다. 왜냐하면 무한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없지만 마음속에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프랙탈의 문턱에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무한이 수학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한 19세기로 되돌아보기로 하자. 무한이라는 말은 19세기 말에 독일의 수학자 칸토어(G. Cantor, 1845-1918)이 이른바 무한의 수학이라는 집합론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인간이 신의 영역으로만 여겨서 줄곧 멀리했던 무한의 본질에 도전하는 것은 하나님의 노여움을 사게 될지도 모르는 엄청난 지적 모험이었다. 그래서 수학자들도 오래도록 무한의 개념을 도외시 하였지만 무한을 끝내 외면할 수 가 없었다. 로고스를 신봉한 그리스인들은 유한의 울타리를 굳게 지켰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평행선이란 ‘어디까지 가도 만나지 않는 두 직선이다.’ 라고 했다. 여기서 어디까지 가는 주체는 인간이며 인간은 유한의 존재이기 때문에 갈 수 있는 범위는 결국 유한이다. 마찬가지로 수의 세계는 1, 2, 3, ....과 같이 아무리 셈하여 가도 유한이다.

무한 수열을 연구하던 칸토어는 더 이상 무한을 외면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칸토어는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적극적인 무한을 해부를 시도했다. 무한을 해부하는 메스는 의외로 단순하고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평소 잘 쓰고 있던 1대1 대응이란 개념을 이용하여 무한을 해부하였다. 당시 사람들은 무한이란 그냥 무한이라 했고 그 종류나 대소는 구별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칸토어는 이 상식을 무릅쓰고 무한의 세계로 파고들었다.

만일 어떤 집합이 자연수 전체의 집합과 1대1대응이 성립한다면 그 집합은 자연수와 같은 정도의 무한이다 고 말한다. 그 집합의 원소의 개수를 셀 수 없기 때문에 소금이 몇 % 들어있느냐에 따라 소금물의 농도가 다르듯 무한집합들에서는 농도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이 무한집합의 세계에서는 유한집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즉, 전체와 부분은 같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무한세계에서는 지금까지의 유한 세계의 상식이 그대로 통하지는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짝수의 집합은 분명히 자연수의 집합의 부분집합에 불과하지만 모든 자연수와 짝수는 1대1 대응이 성립된다. 따라서 짝수의 집합의 농도와 자연수의 집합의 농도는 같다. 마찬가지로 분수형태로 만들어진 유리수와 자연수도 1대1대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유리수와 자연수의 농도도 같다. 그러나 자연수와 실수는 1대1 대응을 만들 수 가 없기 때문에 실수의 농도와 자연수의 농도는 같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논리를 확장하면 무한의 세계에도 크기가 다른 무한개의 종류가 있는 것이다.

도형과 공간을 공부할 때는 반드시 차원이 문제가 된다. 도형이 몇 차원의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도형의 성질이 전혀 달라진다. 특히 프랙탈 도형처럼 복잡한 곡선의 차원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 때문에 차원의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3차원 공간에 시간이라는 차원을 덧붙여 4차원 우주관을 정립했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주어진 대상을 확대하여 일반화라는 작업을 수학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차원에 대해서도 시간이란 차원만을 생각지 않고 서로 독립인 n 개의 변수를 좌표로 표현되는 점들의 집합을 n 차원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놀라운 사실은 n 차원공간에 있는 점이나 1차원공간인 직선상의 점의 개수도 농도라는 관점에서는 같다는 사실이고 이것 역시 1대1 대응이라는 도구로 쉽게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발견한 칸토어 역시 “나는 보았다! 그러나 믿을 수 없다!” 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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