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국화주 (菊花酒)
⑩ 국화주 (菊花酒)
  • 김효정
  • 승인 2008.10.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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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는 사람으로서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 생각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국화이다. 가을하면 필자처럼 누구든 국화를 떠올릴텐데, 오늘은 색깔도 모양도 각양각색인 국화로 가을 절기주인 ‘국화주’ 빚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은은한 향기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은 꽃으로 쓰이는 국화는 술에 있어서 술이 갖는 원료의 방향보다 아로마 향기를 흠씬 느끼게 해주는 재료로 쓰인다. 옛 조상들이 국화주를 계절주로 마셨던 날은 음력으로 9월 9일을 ‘중양절(重陽節)’ 또는 ‘중구(重九)라고 한다. 9는 양(陽)의 수인데, 이 양의 수가 겹쳤다는 뜻에서 중양, 중구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날은 양기(陽氣)가 아주 강한 날이라고 여겨, 예로부터 명절로 삼았다. 또한 산에 올라 붉게 물든 단풍을 즐겼으며, ‘상국(賞菊)’이라고 하여 주위에 피어 있는 국화를 감상하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산에서 따온 국화꽃잎으로 화전을 부쳐 먹고, 국화꽃잎을 띄워 국화주를 즐겼다. 또한 국화주를 벗 삼아 시를 짓고, 풍월을 읊는 시주풍류를 즐겼다. 술 마시는데 풍류를 잃어버린 요즘에는 사라진 조선시대의 풍류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선조들은 산에 핀 들국화가 가장 향기가 강해서 술을 빚을 때 주로 썼는데, 그 중 들국화는 감미가 있어 감국(甘菊)이라고 하였다. 이 감국을 땋아 씻어 말린 다음 베주머니에 담아 술 위에 띄우는가 하면, 고두밥과 누룩을 버무릴 때 직접 넣어 숙성시킨 방법이 이용되었다. 고두밥과 함께 버무릴 때에는 소량의 감국만을 쓰도록 한다. 부재료가 많을 시에는 쓴맛과 향수와 같이 독한 향기가 오히려 술의 풍미를 느끼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감국 뿐만 아니라 들국화, 황국을 채취할 때에는 반드시 햇볕이나 그늘에 말려서 보관을 하여야 장기적으로 쓸 수 있다. 향기 성분을 느끼려고 할 시 쓰이는 탁월한 방법은 ‘화향입주법(花香立酒法)’으로 술을 담거나, 현재에 와서는 소주를 부어 침출을 하는 방식의 술 빚기를 이용한다. 화향입주법이란 얇은 보자기에 꽃을 싸서 익고 있는 술독에 쑤셔 박거나, 주머니처럼 담아서 술독안의 술 위에 매달아두는 방법으로 하루나 이틀 뒤에 꽃을 들어내면, 꽃향기가 술에 배어 가향(佳香)의 국화주를 얻을 수 있다. 화향입주법은 국화꽃의 성분을 그대로 가두기 때문에 숙성되면 노오란 술 빛깔의 색을 띠며, 향긋한 향기가 담기게 된다. 약용약주로써 이용되는 국화주는 국화 자체로서의 쓰임으로 살펴 볼때 다양한 술 제조 방법에 빠지지 않고 쓰이는 부재료로 약용약재로서의 기능적 역할이 크다. 이런 만큼 국화주는 현재까지도 손 쉽게 빚을 수 있는 술이며, 어떤 절기주보다도 환영을 받는 술이다. 국화주는 두통, 복통, 해열, 피로회복, 식욕부진 등에 효과가 있다. 이러한 국화주는 국화의 본연의 향기와 더불어 , 장수에 도움되는 약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술이니 올 가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빚은 국화주로 국화향기와 가을 정취를 즐겨보도록.

<글 : 이지현 전통술박물관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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