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국악가족 조영숙씨와 딸 김선효·용선
32. 국악가족 조영숙씨와 딸 김선효·용선
  • 김효정
  • 승인 2008.10.10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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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구이면은 ‘완제시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전북은 호남 시조창의 근본을 두고 있는 곳이다. 경건함 속에 깊은 뜻이 스며있는 시조창. 계면조와 우조 가락이 처연한 아름다움을 내뿜는 시조창은 옛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이기도 하다.

우리 소리에 대한 멋을 이어가고 있는 시조창 명인 조영숙(60)씨와 딸 김선효(32), 용선(29)씨. 큰 딸 선효씨는 거문고를, 작은딸 용선씨는 해금을 전공한 국악 가족이다.

시조창 문화재 임산본(도 무형문화재 제14호)선생에게 시조창을 이수받은 조씨는 우리 시조창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40대 초반에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20여년 동안 시조창에 매달려 온 그는 소문난 연습 벌레이기도 하다. 그러한 노력은 전국의 각 대회를 섭렵하고 결국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장원의 자리에까지 올라 결실을 맺게 된다.

“시조는 모든 소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어요. 시조를 섭렵해야만 가곡과 민요도 부를 수 있거든요. 주로 연습은 집에서 많이 하는데 좋은 스승을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어머니의 국악 사랑은 두 자매에게도 이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며 미술 학원이며 여러 학원을 다녀봤지만 모두 중도에 포기했다던 큰 딸 선효씨는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부터 그 선율에 반해버렸다고. “이상하게 가야금은 재미있더라고요. 별 저항없이 가야금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국악인의 길을 걷게 됐죠.” 시작은 가야금이었지만 현재 그는 거문고를 연주한다. 선굵은 거문고의 선율이 주는 깊은 울림이 맏이인 그와 꼭 닮아있다.

작은딸 용선씨는 해금을 전공했다. 현재는 해금이 유행처럼 퍼져 있지만 그가 해금을 잡던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낯선 국악기 중 하나였을 뿐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 “처음에는 그냥 덤덤했는데 중학교 입학하면서부터 해금에 정을 붙이게 됐어요. 애절하면서도 구슬픈 음색이 참 좋아요.” 국악예술중학교에서 국악예술고등학교, 그리고 한양대에 이르기까지 줄곧 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자매는 함께 해온 시간이 많은 만큼 국악에 대한 연주관도 서로 확고하다. 요즘 젊은 국악인들이 지향하는 퓨전국악에 대해서 갸우뚱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닮았다. 선효씨는 “사실 요즘 퓨전 국악들이 너무 범람하다보니 깊이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활동하는 여러 연주단체들을 보면 물론 잘하는 연주자들도 있긴 하지만 곡 수준도 떨어지고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곡들도 많거든요. 우리것은 우리것 다울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동생 용선씨도 같은 생각이다. “퓨전 연주들이 국악을 대중화 시켜보고자 했던 처음의 의도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 같아요. 해금의 경우도 요즘 소위 뜨고 있긴 하지만 다른 악기들 사이에 들어가는 해금 소리가 더 좋은 것은 어쩔수 없어요(웃음).”

이처럼 우리것을 우리것 답게 지켜가고자 하는 두 젊은 연주자의 이러한 사고의 형성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국악중에서도 가장 비인기 분야라 할 수 있는 시조창을 공부하면서 한눈 팔지 않고 달려온 어머니의 모습은 두 딸에게도 귀감이 된 것.

“사실 공부는 저희가 먼저 시작했는데 지금은 엄마가 저희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당신의 몫을 하고 계세요. 시작하실 때 저러다 마시겠지 했는데 엄마의 시조창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요.” 여느 엄마들과 달리 남들이 하지 않는 시조창 공부에 매진하는 엄마가 처음에는 이해가 안갔지만 지금은 우리의 전통 음악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음악적 ‘동지’가 되었다.

이러한 세 모녀가 지난해 어머니 조씨의 독주회에서 한 무대에 섰다. 두 딸이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함께 서 준 무대는 어느 무대 보다도 보람된 자리였던 것. 딸들과 대화하고 싶어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확고한 영역을 만들어 낸 어머니 조씨의 의지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이처럼 결실을 보게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시조창이 더욱 대중화 되기를 소원한다. “시조창이 구전으로 이어져 오던 것이 많아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지 못한 것도 많아요. 또 다른 국악장르보다도 더 인기가 없구요. 우리 지역을 근간으로 해서 이어 내려오던 소리인데 그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우리의 고유한 정서를 발전 시켜갈 수 있는 소리가 바로 시조창입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화가 필요해요.”

이러한 생각을 하나씩 실천하기 위해 그는 일반인이나 대학의 학부생 할 것 없이 우리 시조창을 가르치고 알리기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또 올 연말쯤 음반도 발매할 예정이다.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소속인 선효씨와 얼마전 끝난 전주세계소리축제에도 국립국악원 단원으로서 연주차 다녀간 용선씨도 지금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 소리를 제대로 지켜나가고 싶다. 우리 것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정진해 온 어머니와 “연주 잘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어찌보면 소박하지만 가장 어려운 몫을 지키고 싶어 하는 두 딸. 우리의 소리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 세 모녀의 바람이 전해져 국악에 대한 관심의 끈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효정기자 cherry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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