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시달리는 옥정호
가뭄에 시달리는 옥정호
  • 이보원
  • 승인 2008.10.0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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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상기후로 지구촌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물관리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름철에 강우가 집중되어 일시에 하천으로 흐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저수지를 이용하여 장마철에는 홍수를 조절하여 인명과 재산피해를 막고, 가뭄이 찾아올 경우에 가두어둔 물을 소중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전라북도의 경우 용담댐 건설로 생활용수는 안정적으로 확보를 하였다. 그러나 향후 새만금지역의 개발로 물 수요가 늘어나고 하천의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용수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올해는 홍수피해는 없었으나 계속되는 가을 가뭄에 밭작물이 말라붙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 농심은 애가 탄다. 해마다 9월 중에 2, 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으나 올해에는 단 한차례의 태풍도 없이 가을철 가뭄이 계속되면서 도내 댐이 말라가고 있다. 도내에서 가장 큰 다목적댐인 용담댐은 현재 저수량이 3억 2천9백만㎥으로 40%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드넓은 김제평야의 용수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섬진강댐의 경우는 훨씬 심각하다. 현재 저수율이 16% 정도로써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구댐인 운암제도 2m 남짓 드러나 칠보발전소의 가동도 중단한 상태다.

가뭄으로 드러난 섬진강댐 안에 있는 운암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문득 옥정호에 담긴 아픈 역사를 떠올리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섬진강댐 재개발사업을 생각해 본다. 당초 운암제는 일제하인 1925년 동진수리조합에서 섬진강에 높이 33m의 제방을 축조하고 수로터널을 통해 유로를 변경함으로써 정읍, 김제, 부안 등 동진강유역의 상습적인 가뭄피해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이후 1938년과 이듬해인 1939년에 걸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여 농작물 피해는 물론 발전까지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동진농조와 현재의 한국전력에서는 당시 20%에 불과한 하천 이용률을 높이고, 더욱 많은 물을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저수량을 확장하는 신댐 건설사업을 1940년 착수했다. 이후 2차대전과 한국동란으로 두 차례에 걸쳐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에 직면하였고 마침내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다시 착공하여 1965년 준공돼 오늘날의 섬진강댐의 모습을 이루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국내 최초의 다목적댐이 탄생한 만큼이나 지역주민들에게도 애절한 사연이 많았다. 댐건설로 2천786세대가 이주를 해야 했다. 삶의 터전으로 알선한 계화간척지가 늦게 완공됨에 따라 대부분의 주민들이 저수구역내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또한 1969년 집중호우 때는 많은 가옥과 전답이 침수피해를 겪는 아픔을 보게 되었다. 따라서 섬진강댐은 당초 계획대로 물을 채우지 못하는 불완전한 댐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와 관련 지자체가 여러 방안을 검토하였고 현재 국가사업으로 댐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댐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에서 대대로 옥정호와 함께 삶의 터전을 가꾸어온 주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적절한 생계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주민들도 저수구역 내에서 불법점유의 멍에로 한 푼의 영농자금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처지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다. 과거의 잘못을 원망하며 지금의 처지를 후세까지 대물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옥정호의 혜택을 받는 도민들은 쌀 한 톨이 농부들의 땀방울로 이루어지듯 우리가 마시는 물 한 방울에도 많은 주민들의 아픔과 희생이 있음을 잊지 말고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한국수자원공사 전북본부 유역관리팀장 박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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