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탈 기하학의 의미
프랙탈 기하학의 의미
  • 소인섭
  • 승인 2008.10.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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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빈 연습장에 볼 팬이나 연필로 아무 생각 없이 낙서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문하기를 좋아하는 어느 나라에는 낙서를 보고 발상의 원인이나 창의력을 판단하는 낙서학 이라는 분야가 있다고 한다. 낙서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의욕이 있기는 한데 그 대상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 생각하는 이른바 가능성의 상태를 내포하고 있다고나 할까? 미국에 뉴 프론티어를 주창한 케네디 대통령의 낙서는 너무 개성적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낙서의 대부분은 불규칙하고 무의미한 것이지만 낙서를 몇 시간이고 계속한다면 결국은 나도 모르는 어떤 규칙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낙서는 무의식적인 창조행위라고도 한다. 다소 과장된지도 모르지만 이른바 프랙탈이라는 기하학을 탄생시킨 동기의 일부는 낙서에 있다고 전해오고 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프랙탈 도형을 만들때도 최초의 직선이나 도형이 있다. 이것을 창시자(創始者 initiator)라고 부르며 낙서를 계속하다가 어떤 일정한 형태가 만들어지는 도형을 만드는 규칙이 생기면 이것을 생성자(生成子 generator)라고 한다. 이 생성자가 어떻게 반복하느냐에 따라 다른 프랙탈 도형이 만들어진다. 프랙탈 도형이란 이 생성자를 어떤 비율로 축소/확대해 가면서 적당한 규칙에 따라 무한히 반복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유한번 밖에 반복하지 않는 도형을 프리 프랙탈 도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자연현상과 현실의 세계는 유한의 시간 내에서 형성된 것이므로 엄밀한 의미로는 유한번의 변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반복의 횟수를 많이 늘릴수록 진짜 프랙탈의 모습에 가까워지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진정한 프랙탈의 도형은 상상의 세계에만 있지만 우리는 쉽게 무한 과정의 극한을 상상 할 수 있으므로 이 둘을 굳이 구별할 필요는 없다. 이런 면에서 생각하면 프랙탈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같이 상상속의 기하학이 아닌 강한 현실성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다. 그래서 프랙탈 기하학은 과학 의학, 컴퓨터 등의 응용분야가 많다.

프랙탈 기하학이란 자기닮음과 소수차원을 그 특성으로 갖는 학문으로서 1975년 수학자 만델브르트(Mandelbrot)가 처음으로 소개한 기하학이다. 고전적 기하학은 점, 선, 삼각형, 평면, 원, 구 등의 도형을 사용한다. 만델브르트는 유클리드 기하학으로는 때때로 규칙적, 불규칙적인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연을 모델링하는 새로운 도구로서 프랙탈을 소개하며 "구름은 구가 아니고, 산은 원뿔이 아니며, 해안선은 원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자연의 패턴은 불규칙적이다. 자연은 고도로 복잡하고, 복잡한 정도는 모두 다르다." 라고 주장했다. 프랙탈이 고전적인 유클리드 기하보다 자연현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닮음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연에는 자기유사성의 특징이 많다. 일정기간의 날씨 패턴은 긴 주기의 날씨 패턴과 아주 닮았다. 나뭇가지는 나무와 닮았고, 바위는 산과 닮았다. 그런 의미에서 프랙탈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보다 자연현상을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구름의 모양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통계적인 프랙탈 구조를 갖는다. 뇌에는 커다란 주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시 더 작은 주름이 계속되어 간다. 뇌가 프랙탈 구조를 갖는 이유는 좁은 공간안에 되도록 많은 뇌세포를 배치하기 위해서이다. 주가의 그래프를 하루 단위 또는 1개월 단위로 그려도 그래프는 같은 정도의 복잡한 모양으로 변화한다. 이것은 시간을 확대 또는 축소해 보아도 변화의 상태가 같다는 것인데 이것은 주가의 변동이 시간에 관해서 프랙탈 형태를 의미한다. 하루 동안의 주가 변동이 1개월 후의 주가 변동과 통계적으로 닯은 형태라는 것은 내일의 주가를 예상하는 일이 1개월 후의 주가를 예상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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