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자살 '베르테르' 경계
연예인 자살 '베르테르' 경계
  • 김은숙
  • 승인 2008.10.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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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안재환씨에 이어 국민배우 최진실(40)씨가 자살한 것으로 밝혀져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유명연예인들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들이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공인이라는 점에서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청소년과 우울증을 잃고 있는 일반인들이 ‘모방자살’을 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일 최씨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 정말이냐”, “설마”, “소름이 끼칠 정도다” 는 등 믿기 힘들다는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40대 회사원 박기남(전주시 진북동)씨는 “아침에 동료로부터 최진실의 자살소식을 듣고 영화 얘기를 하는 줄 알았다”며 “최진실은 우리 시대 최고의 우상이었고 , 너무나도 친숙한 배우인데 그녀의 죽음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현(27·전주시 우아동)씨는 “자살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최진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악성루머와 악플들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악플러들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최씨의 직접적인 자살원인은 탤런트 안재환의 죽음을 둘러싼 자신에 대한 악성루머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씨의 경우 남편과의 이혼으로 인해 겪은 충격 등이 아직 잔재돼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악성루머로 인해 적잖은 정신적, 언어적 폭력에 시달리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상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공인인 최씨의 자살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거나, 우울증상을 앓는 사람, 과거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가정불화나 경제적 이유로 불안·초조한 사람, 정신적으로 아직 민감 청소년들에게 자살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대병원 정신과 정상근 교수는 “최씨의 경우 이혼 후 겪게 된 시달림에 이어 또다시 과장·왜곡된 인터넷 악성루머에 시달리면서 루머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우울증은 아니더라도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존심의 상실, 자책 등 우울한 경향과 함께 비관적인 사고로 빠져들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최씨의 죽음이 자살 도미노 현상인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르테르 효과’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온 18세기 말 유럽에서 극중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자살이 급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유명연예인의 자살은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취약한 사람들이나 환자에게 모방자살을 불러일으킬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때문에 주변에 심경을 정리하려는 행동이나 태도를 보이고 말을 하는 경우 즉각 전문의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또 “모방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명연예인의 자살과 관련해 언론보도도 신중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연예인 사생활에 대해 익명성을 악용해 악플을 다는 등은 인터넷 문화가 개선되고, 우울증 환자들의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해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은숙기자 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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