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방학, 누구를 위한 방학인가?
단기방학, 누구를 위한 방학인가?
  • 한기택
  • 승인 2008.10.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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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등학교에는 방학이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여름방학은 8월을 중심으로 30~35일, 겨울방학은 l월을 중심으로 40일, 학기말의 봄방학은 2월 말에 5일 정도 실시하고 있어 1년에 75~80일 가량이 방학이다.

금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재량휴업 활성화 방안’에 따라 기념일, 명절, 토요휴업일, 지역 문화축제 기간을 고려해 학기 당 3~7일 가량 단기방학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과 추석 때 대부분의 학교는 명절과 기념일을 합해서 5일정도의 단기방학을 실시하였다.

교과부 관계자는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바람직한 인성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에 실시한 단기방학에 대해 ‘결식아동·맞벌이에 잔인한 5월 방학’이라는 신문 제목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과 언론과 설문조사에 나타난 문제점을 살펴보면 ▷아이 혼자만 집에 있으니 무섭다고 하고 문단속, 안전사고, 끼니가 걱정됐다. ▷부유층 자녀와 맞벌이, 저소득층 자녀 사이의 위화감이 증가됐다. ▷단기 방학이 끝난 뒤에 바로 중간고사를 치르거나 숙제 검사를 해서 즐거운 방학이 아니었다. ▷인터넷과 TV에 매달리거나 PC방에서 보냈다. ▷사교육을 부채질 할 것이다. ▷단기방학이 없었으면 좋겠다. ▷‘가시방석’에 앉아 있던 단기방학이었다.

이러한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컴퓨터 세상 ▲전통악기 체험교실 ▲생태환경 체험활동 ▲천체관측 체험활동 ▲독서교실 ▲생활영어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것 같다.

이처럼 단기방학에 대한 실효성이 회의적(懷疑的)이고 불만이 큰데 일부학교에서는 지난 5월에 단기방학 일수는 4일간(6일~9일)이었지만 실제로는 놀토와 기념일을 합하여 5월 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휴가를 실시하였으며, 지난 추석 때에도 단기방학 일수는 4일간(16일~19일)이었지만 실제로는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간 휴가를 실시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학기 중 단기방학을 실시하더라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줄이기 때문에 수업일수에는 변화가 없다고 하지만 학기 중에 9일을 쉬는 것은 조금은 무리가 있는 것 같고, 학생들이 단기방학 대신에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에 등교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은 더 힘들고 괴로운 일일뿐만 아니라 단기방학에 대해 학부모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단기방학 때에 마음고생을 한 어느 ‘초등 맘’의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

‘나는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아이의 체육대회나 학예회에 참석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에게 항상 미안한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단기 방학 때에 아이만 집에 홀로 두고 나오면서 “문 꼭 잠그고 아무나 문 열어 주지말고, TV만 보지말고 공부도 하고 점심은 꼭 먹거라” 당부하고 출근한 뒤에 직장 동료들의 눈치를 살피며 집에 전화를 걸어 “문단속 잘하고 있고 점심은 먹었냐?”고 하자 “엄마, 무서워!” 하는 아이의 울먹인 소리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팠고 하루 종일 불안했다며 누구를 위한 방학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학부모 포털 부모 2.0’이 초등 자녀를 둔 회원을 대상으로 단기방학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찬성이 55.9%, 반대가 44.1%로 나타났다.

교과부가 말하고 있는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바람직한 인성을 키우기 위한 체험학습’은 단기방학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학교에 신청만 하면 결석 처리되지 않으면서 가능한데 굳이 단기방학을 실시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단기방학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학생들을 위한 방향으로 개선 또는 폐지되어야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소외되거나 정서적 쓸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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