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다는 것
나를 찾는 다는 것
  • 이수경
  • 승인 2008.09.2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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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둑을 배운지는 꽤 오래다. 반백년이 넘은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동네에서 한약방을 하시던 집안 할아버지와 아버지 친구 분이 두시는 바둑 판세를 알 수 있었으니까 아마도 52년째가 될 성 싶다.

엄청난 시간이 흘렀지만 내 바둑 실력은 예나 지금이나 황5급이다. 요지부동한 황5급인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바둑을 두면서부터는 어떻게 된 판 속인지 급수가 조석변이다.

어떤 때는 2급이 됐다가 실력자와 만나면 9급까지 곤두박질치곤 한다.

이런 나를 두고 프로1급을 자랑하는 처남 왈

황 선생은 ‘아생살타’ 라는 바둑 전쟁의 기본도 모르냐며 핀잔을 줄 때가 있다. 나 자신의 위험한 바둑을 모른다는 말이다

처남의 충고는 내 바둑을 살려놓고 적을 공격해야지 미생마로 남겨놓고 공격하다 스스로 자멸한다는 핀잔일 것이다.

내 바둑이 늘지 않고 만년 5급이라는 바둑역정을 되돌아보면서 내 인생역정도 자성반조自省返照하여본다. 그렇다.

내 삶이 똑바른 색깔과 모양을 가지지 못하고 떠다니는 부평초 같은 인생이 아니었나 싶다. 나를 잊어버리고 살아온 삶이 아니었는가? 요즘 들어 자문자답 할 때가 많아진다. 깊이 반성을 해본다.

혹 남들이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어 늦었다고 생각 할지라도 내 남은 삶은 철저히 “나를 찾는 삶” 을 각오한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은 나를 모르고 살아왔다. 쥐꼬리 만 한 실력을 가지고 대단한 양 나팔을 불며 부끄럼 없이 남 앞에 나서는 아상(我相)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내가 최고다. 나 아니면 안 돼’ 이러한 아상의 소유물들이 극성일 때 나 개인의 삶은 메마르고, 내가 몸 두고 있는 사회까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었든고….

개인이나 사회가 이기적인 나를 버리고 공중심公衆心을 찾을 때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진리가 요즘에서야 가슴에 머무르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내 마음을 도둑맞고 살아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을 도둑맞았던 일들이 너무 많다.

공직에 있으면서 공과 사를 구분 못 한 어리석음도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사랑과 정으로 대하지 못하고 감정이 앞섰던 일도 무지기 수다. 참 부끄럽던 일들이다.

교육의 핵은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연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연구에 소홀했던 일들도 많다.

지금 부터라도 내 마음을 빼앗기거나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 내 마음의 검문소를 차리고 빗장을 채워 놓으련다.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남에게 간섭 잘하는 말 쟁이었다.

장기판에서 훈수하다 뺨맞는다고 남의 일에 별다른 이유 없이 관여하여 낭패를 겪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남의 약점을 말하는 우를 범했고, 장점에 칭찬하기는커녕 비하하며 깎아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다.

저녁놀 바라보는 실버보이 만년 황5급이 뒤늦게 철이 드는 모양이다.

아상(我相)에서 벗어나 내 마음을 찾는 삶을 살겠다.

이제는 부처가 되어 내 마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성불재중(成佛濟衆)하는 사람이 꼭 될 것이다.

<전 신흥초등학교장 황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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