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김인수 수학이야기
nie­김인수 수학이야기
  • 소인섭
  • 승인 2008.09.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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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수학은 1, 2, 3, ...., n 과 같은 유한의 수에서 시작되었다. 서구 문명의 기초를 이룬 그리스문명은 모든 계산을 유한(finite)번 하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유한의 세계에서 진리에 도달하고 다만 신의 세계에서만 무한의 세계가 있어서 사람은 그것을 감히 접근할 수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이 유한의 수학에 도취되어 있을 때, 기원전 490년경 출생한 제논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저 유명한 제논의 패러독스이다.

그는 말하기를 ‘거북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 아킬레스는 그가 아무리 달려도 거북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 아킬레스와 거북사이의 거리를 10m로 가정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둘이 동시에 출발한다면 아킬레스가 거북이 있던 자리에 도달했을 때 거북은 아킬레스보다 1m 만큼 앞에 가 있고, 다시 아킬레스가 그 자리에 가 있으면 거북은 이미 그보다 10cm 앞에 있다. 그리하여 또 한 번 아킬레스가 거북이 있었던 자리에 가면 거북은 다시 1cm 앞에 있다. 이와 같이 계속되면 아킬레스 앞에는 항상 거북이 있으므로 아킬레스는 영원히 거북을 영영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논의 패러독스이다.

아킬레스의 운동 방정식을 계산하기 위하여 y = x 로 한다면 거북의 운동 방정식은 y = (1/10) x +10 이 되며 이것을 연립방정식으로 풀면 만나는 점 x = 100/9가 되어 11.1111.....이 된다. 그런데 11과 100/9 사이에는 무한개의 점이 있다. 즉, x =11.1, 11.11, 11.111, 11.1111, ,.....과 같은 무한개의 점들이 11과 100/9 사이에 있다. 물론 10과 11 사이에도 무한히 많은 점들이 존재한다. 이 무한개의 점들에 관해서 제논처럼 일일이 따져 간다면 아킬레스는 100/9의 자리에는 영원히 도달하지 못한다. 아킬레스와 거북과의 거리는 유한인데 그 사이에 있는 점들은 무한개가 있으니 도저히 유한적인 생각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모순이 나오는 것이다. 당시에 유한의 논리로만 해결하려던 그리스인들은 이런 당혹스러운 사실 앞에서 두 손을 들고 모순이라고 또는 역리(패러독스)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은 미분 적분이라는 학문이 태동된 이후이다. 미분 적분학에서는 어떤 수의 차이가 ‘임의의 양의 작은 수 보다 더 작아진다면 그 차이는 없다.’ 라고 규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임의의 양의수란 말이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수학에서는 그 수를 입시론(ε) 이라고 한다. ‘수열이 어떤 일정한 값에 얼마든지 가까이 접근한다면 일정한 그 값을 극한값이라 하며 도달한다.’ 라는 논리 체계를 세운 것이다.

아킬레스와 거북과의 거리가 0 에 가까워지는 것이므로 극한의 이론으로 말하면 아킬레스는 거북을 따라 잡는다는 결과가 된다. 이와 같이 생각함으로써 11에서 100/9 사이에 놓여있는 무한개의 점 11.1, 11.11, 11.111, .....을 단숨에 뛰어 넘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이론으로 무한의 깊은 골을 뛰어 넘는 데는 무려 200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 후에도 수학에는 새로운 도전적인 많은 모순들이 터져 나왔다.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근대 해석학의 기본이 되는 미분 적분학이라는 무기를 손에 검어 쥐었지만 새로운 세기가 밝아오는 1970년대부터 우리들 앞에 혼돈의 구름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그 뒤에 새로운 성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니 그것이 이른바 카오스(혼돈이론)이론과 프랙털 이론이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이성을 잇는 다리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이론은 현대 과학에 이미 접목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공리중심의 수학과는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지는 않지만 근대 수학자인 엣셔는 1928년 그의 작품 ‘공중의 성’에서 예언자적인 직관으로 새로운 수학이 태동하고 있음을 이미 오래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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