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경제, 한가위만 같아라
정치와 경제, 한가위만 같아라
  • 이용숙
  • 승인 2008.09.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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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의 오랜 소망이 담긴 표현이다. 여기에는 물론 배고픈 시절에 겪은 풍요와 포만에 대한 간절함이 짙게 드러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가위는 秋夕 명절의 고유어인데 仲秋(佳)節·가배일·가윗날이라고도 부른다.

지금은 사라진 옛말에 ‘갑다’(반·중간의 뜻)라는 형용사가 있었는데, 어간 ‘갑’에 명사화 접미사 ‘?ㅣ’가 합성하여 ‘가배’라는 말이 되었다. 또 이 단어가 ‘ㅂ’변칙용언이라서 ‘가배→가외→가위’로 음운변화를 일으킨다. 여기에 一 · 大 · 元 · 正의 뜻을 지닌 접두사 ‘한-’이 첨가되어 한가위가 된 것이다.

1년 4계절 춘하추동의 중간은 여름인가 가을인가. 계절은 순환하기에 단순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음양의 이치로 풀이하면, 여름은 양의 극이요, 겨울은 음의 극이기에 봄·가을이 음양의 중간이 된다. 그런데 봄은 중간이라는 의미보다 한해의 시작이라는 개념이 우선하므로, 4계절의 중간은 가을인 셈이다.

또 가을은 태음력에서 7·8·9월이기에 가을의 중간은 8월이며 이를 중추라 한다. 다시 중추인 8월의 한가운데는 보름 곧 15일이다. 따라서 한해의 정중앙은 음력 8월 15일이며, 이날은 한가위 또는 중추(가)절이라 부른다.



◎ ‘中’과 ‘和’의 세상이 오기를



4서의 하나인 『中庸』의 제1장은 中과 和의 정의부터 내리면서 기술된다. 희노애락의 감정이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을 中이라 하고, 표현되어서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和라고 한다. 中은 천하의 근본(天下之大本)이며 和는 천하의 통달한 도리(天下之達道)이다. 이 中和가 극진한 자리에 이르게 되면, 천지가 제자리를 잡고 일체 만물이 바르게 자란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현실은 中和를 실현하고 있는가. 그리하여 천지의 자리를 바르게 지탱하고 만백성을 고루 잘 살려내고 있는가. 우리의 경제와 사회 문화 전반은 중화의 명제를 성취하고 있는가. 교육도 종교도 예술이나 체육도 중화의 경지에 바르게 서 있는가?

광우병 파동으로 온 나라가 사상 유례없는 파란을 겪었고, 한반도 대운하로 국론이 분열되고, 언론 길들이기 문제로 극한대립에 이르고, 인사문제, 유가 폭등, 환율 혼란, 영토 분쟁, 세제 개편, 그러다가 종교간 갈등으로 국가의 명운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중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리라.

가령 환율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화(달러)에 대하여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업체에 타격이 커서 국가 경제가 어렵다고 야단이다. 그렇다고 환율이 오르면 이제는 수입 원자재 값이 비싸서 물가가 폭등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가난한 서민들은 환율이 올라야 하는지 내려야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정부의 경제 수장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다 큰코 다친 것을 안다. 여기에도 中과 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리라. 한 나라의 경제 여건과 국제 수지에 맞추어 정도를 걸어야 할 것이다.



◎ 치우침 없는 중화의 한가위를



中庸의 中은 不偏(치우침이 없음)이요, 庸은 不易(변덕스럽지 않음)이다. 한가위의 진정한 의미를 중화와 중용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수구와 혁신, 기득권층과 소외계층― 이 모든 이념·지역·계층간의 대립을 풀고 치우침이 없고 변덕스럽지 않은 정치가 꽃피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천지만물이 제자리를 찾고, 일체성령이 풍요와 안락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경제 성장과 번영만을 추구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도의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국가 존엄성을 확고히 세우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그리하여 권력이나 경제력이나 사회·교육· 문화적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을 때, 국가의 위상은 세계 속에 우뚝 솟을 것이다.

내일 모레면 민족의 큰명절 한가위다. 또 한바탕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다. 고단하고 힘겨웠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풍요롭고 넉넉한 축제가 꽃피기를 염원한다. 혈육도 고향도 지역도 나라도 대보름달처럼 둥글게 하나되기를 소망한다. 텅 비어 가득찬,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보름달을 기다리며 간절히 빌어본다.

정치와 경제를 비롯하여 사회 문화 전반이 중화의 근본을 되찾기를. 그리하여 천지가 제자리를 찾듯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당당하고, 만물이 바로 자라듯 우리 경제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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