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운동장의 풀이 누렇게 고실라졌느냐는 질문에 “제초제를 뿌렸어요.” 한다. 학생들이 여기에서 놀면 안 될 텐데 어디에서 노느냐 물으니 “강당이나 잔디밭에서 놀아요.” 라며 조회대 옆 좁은 잔디밭을 가리켰다. 금방 가을 운동회도 할 텐데 어디서 하죠? 라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봄에 체육대회를 했으니까 어쩌면 안 할 지도 모르겠어요.”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맘껏 뛰고 뒹굴며 놀아야 할 운동장에 제초제라니...
농약 중에서도 제초제는 풀을 깡그리 죽여 없애는 맹독성 약으로 사람이 먹을 경우 목숨을 잃는 무서운 약이다. 풀에 제초제를 뿌리면 수 시간 안에 풀이 타들어 가거나 종류에 따라선 열흘 정도 기간을 두고 풀이 말라 죽는다. 그리고 제초제는 살충제나 살균제처럼 그것을 해독하는 해독제가 없어 더욱 무서운 약이다.
가끔 골프장의 농약 사건이 보도되곤 한다. 사람은 물론 잔류농약으로 환경에 영향을 준다고 아우성이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몸 건사할 줄 아는 어른들이다. 그러나 초등학교는 다르다. 천방지축으로 뛰노는 아이들이 어떻게 이 좋은 날씨에 강당에서만 놀고 울타리도 없이 손바닥만한 잔디밭 안에서만 놀겠는가. 더구나 병설유치원까지 있는데.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치원과 초등학교 운동장에 제초제를 뿌리는 건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김춘자 도민기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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