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성묘
  • 이상윤
  • 승인 2008.09.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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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효행이다. 효행은 사람의 근본 도리로 선조시대에서는 가장 으뜸으로 가르치고 있다. 특히 효행은 단순히 부모가 살아있을 때에만 국한 한 것이 아니다. 부모의 사후에도 효행은 연장되고 있다. 그 효행의 하나로 옛날에는 여묘살이로 모범을 보인 사례들이 많다

▼여묘살이란 부모의 무덤 가까이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무덤을 돌보며 죄인처럼 지내는 효행을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탈상 기간인 3년 동안 집에다 상청을 차려놓고 아침 저녁으로 산 사람처럼 음식을 차려 올리면서 예를 갖췄다. 또한, 이 기간 동안은 색깔이 있는 옷은 입지 않아야 했고 술과 고기도 삼갔다.

▼또 부부관계도 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었다. 이처럼 산 자(生자)와 죽은 자(死者)의 사이가 가까운 나라도 세계적으로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 사람들도 자기 집 현 관등에 불단이나 위패를 놓고 가끔 산 사람과 하듯 대화를 하기도 하고 과일을 제단에 올려놓기도 한다.

▼중국이나 일본 등 동양권 나라는 이처럼 산 자와 죽은 자와 접근돼있는 망혼에 대한 경배관습은 비슷하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더욱 접근돼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여묘살이인 것이다. 옛날 효자들은 탈상할 때까지 무덤 옆에 초막을 지어놓고 사자와 더불어 사는 여묘살이를 했다. 게다가 명절이면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고 제삿날 성묘하는 등 사시사철 묘를 찾는 빈도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잦은 편이다. 뿐만이 아니다.

▼집에 불이라도 나면 산 사람보다 먼저 사당의 신주(神主)를 꺼내오는 것이 법도였다. 이 때문에 효자효녀가 불에 타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모든 나라가 성묘는 1년에 한번이 상식인데 비해 후손들의 빈도가 잦은 우리나라의 망혼들은 매우 행복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제 성묘의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바쁜 현대생활에서 1년에 한번은커녕 벌초조차도 제대로 하지못하는 불효가 많은 세상이 되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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