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의 걸림돌
균형발전의 걸림돌
  • 이한교
  • 승인 2008.09.10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초대받아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뙤약볕에서 2시간 동안 줄서서 기다렸단다. 평생에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이었으며, “악몽 중의 악몽” 이었다고 김 문수 경기 지사가 얘기했다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그 시각엔 뙤약볕은 없었고, 온 종일 흐렸다는 보도가 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무더위 속에서 검색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2시간 정도가 참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넥타이도 풀지 않고, 상의도 벗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를 가지고 호들갑스럽게 설레발 치냐는 여론도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 푸대접을 받았다는 생각은, 한국인에 만 있는 조급증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김 지사가 “균형 발전 정책은 정신 나간 정부정책이다”라고 서슴없이 말했다고 하니 슬픈 일이다.

밭에 뿌린 씨앗도 골고루 자라 주어야하듯, 사람 또한 골고루 발달되어야 한다. 어느 한 곳 중요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 가령, 먹는 입만 생각하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다면 비만이 될 것이고, 결국 신체의 균형이 깨져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자녀교육에도 적정한 안배가 필요하다. 자녀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라면 그 가정은 머지않아 파탄 날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지도자에겐 미래지향적인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겨우 두 시간 기다림에 대하여 균형감각 없이 독설을 퍼부어 댄다면 지도자로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무게 중심이 요동치면 그 배가 침몰하는 것처럼. 아무런 제약과 기준 없이 퍼부어 대듯 말하는 사람은 장돌뱅이와 다름없다는 얘기다.

김 지사는 균형발전은 현실에 맞지 않는 인기 영합정책이라 말하고 있다. 수도권이 잘살면 자연적으로 지방도 잘살게 된다 말하고 있으며, 균형발전이란 말은 달콤하지만, 실현될 수도 없고 된 적도 없다 말하고 있다. 결국 수도권 규제 완화만이 대한민국이 잘사는 나라가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 지사를 보고, 정치적인 계산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민심을 무시한 독선적인 발언이며, 무책임한 행보이다.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 내는 기술자일 뿐,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정치인에 불과하다. 이런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지만, 자꾸 마음이 쓰이는 이유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힘 있는 정치인들 속에서 전북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우리는 국토의 균형발전에 김 문수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어디로 뛸지 모르는 불똥으로, 이대로 두어서는 큰 화를 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대비해야 한다.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 낙후된 모든 지방 자치 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잡초 같은 민심의 끈질긴 소리를 내야 한다. 정치적인 야망과 능변, 그리고 힘까지 가지고 있는 그에게 원칙을 호도하게해서는 안 된다. 오직 눈앞에 이익을 위해 객관성을 상실한 그에게 경고를 보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양보는 안 된다.

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을 윤택하게 만드는 길이다.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일이며, 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기본이며, 기다림의 아름다움 속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기초이다. 한쪽이 기울면 조화가 깨지고 불협화음이 나오는 법이다. 언젠가는 그 반발력에 의해 신뢰가 깨지게 되어 세상이 삭막해지는 법이다. 이 땅은 현대를 사는 힘 있는 자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것도 아니다. 반드시 아름답고 조화롭게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땅이다. 우리가 욕심을 부려 병들게 한다면, 우리 후손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질 것이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