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에 마음의 고향을 찾아 나서자
추석명절에 마음의 고향을 찾아 나서자
  • 이보원
  • 승인 2008.09.10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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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벌써부터 추석 3일연휴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술좌석에서 같이 퇴임한 친구하고 추석연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어이 친구 이번 명절에 뭘 하는가? ”“뭘 하기는 고향집에 가서 제사 지내고 고향친구들도 만나 봐야지”“이 사람아 나이가 몇인데 큰 집 가서 제사 지내고 친구들 보러가나”“이 사람이. 아니 늙은 사람은 고향도 없고 친구도 없다는가? 그럼 자네는 고향도 안가고 뭐하려는가?”“ 아들이 전화가 왔는데 딸린 애들 때문이라 면서 두 늙은이 보고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는구만. 그리고 청평 유원지에 콘도까지 예약해놓았다지 않는가?”

요즘은 고향의 옛 정취를 잃어가는 명절의 세태 일 것입니다.

70년대 초 처음 고창성내에 첫 발령받고 근무할 때입니다.추석 명절만 돌아오면 내 마음은 어린애가 되어 고향으로 달립니다. 정읍∼군산 간 일반 버스가 지금 서울 가는 시간 보다 더 걸렸습니다. 열나흘이 되면 교장 선생님의 후한 배려 때문에 객지인 나는 2km황톳길을 단숨에 달려 고창 정읍 간 곡간버스를 탑니다. 이리까지 가는 호남선 완행기차는 물론 일반버스 출입구는 무용지물이고 좁은 유리창이 출입구입니다. 비명과 아이들 울음 섞인 아비규환 그 자체입니다. 그렇지만 둥근달 그림자 밟으며 논둑길 따라 고향집 가는 길은 언제 그렸냐는 듯 저절로 신나는 길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지어주던 색동옷이 떠오르고 누이동생 깡충깡충 뛰어놀던 댕기머리 철렁거립니다. 마을 어귀 정자나무를 지나 사립문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용하게도 아들 발걸음 소리를 들으셨는지 “왜 이렇게 늦었다냐. 금방 찐 것이다 어여 먹어라”

호롱불 밑에서 김 서린 송편 내 놓으시던 우리 어머니!

아무리 세태가 변할지라도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은 마음의 고향으로 찾아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추석명절을 마음의 고향으로 찾아 나서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고향에는 육신의 고향이 있고 마음의 고향이 있습니다.

육신의 고향에는 나를 있게 한 인연들이 있습니다. 부모와 형제자매 그리고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 인연들과 상생의 인연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정든 고향 인연들과 마음의 고향을 느낄 수 있도록 고향 가는 길은 자성반조(自省返照)가 있어야 합니다. 자성반조란 지금까지 내 고향에 얼마 만 큼 내 마음이 쏠려있었나를 반성하고 자기의 삶을 비춰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의 고향을 찾는 길입니다.

평소 불의에, 탐욕에, 이기심에. 부끄러운 일에 야합한 오염된 생각으로 어찌 마음의 고향 찾을 수 있겠습니까? 사람은 항상 청정한 마음을 위해 자성반조(自省返照) 해야 합니다.

내가 잘하는 여선생 한분이 고향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유를 물은 즉 친오빠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선생님은 어릴 적 남녀불평등사회로 인하여 오빠가 우선이란 통념의 희생자인 것입니다. 고향 가는 길은 온 누리가 평등으로 가는 마음의 길입니다.

고향 가는 길은 증애(憎愛), 즉 미움이 없는 자성반조가 있어야 합니다. 링컨 대통령은 우주 가난한 서민출신 대통령입니다. 어느 파티좌석에서 귀족출신 의원이 가난한 농부 운운하며 무시하는 발언을 합니다. 이에 대통령은 그를 미워하지 않고

“나는 구두 수선공인 우리 아버지를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당신의 신발도 우리 아버지가 만든 신이 아닌가? ”고 말합니다. 귀족출신을 훌륭한 정치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쪼록 올 추석 절에는 모든 이의 마음 밭에 마음의 고향을 찾아나서는 추석 명절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황현택 전 신흥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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