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명절 귀성길, 그래도 가고픈 내고향
꽉막힌 명절 귀성길, 그래도 가고픈 내고향
  • 전희재
  • 승인 2008.09.09 14: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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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11일 앞당겨진 금년 추석은 너무 때 이른 감이 있다. 아침저녁에 섬돌 밑에 귀뚜라미들이 깊은 가을밤을 재촉하고 하루해가 아직은 노루꼬리 만큼이나 짧아져가지만 일부지방에서는 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같은 날씨가 지속되고 있고 고향을 향하는 고속버스 차창에 스치는 들판에는 짙푸른 녹색곡식들이 한여름을 버티고 있는듯하다. 지난주 장수고을에서 수많은 인파속에 개최된 “한우랑 사과랑” 축제에서도 아직 설익은 풋사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때이른 추석으로 사과.감등 추석 차례상을 채워줄 햇과일들이 출하가 늦어 가격이 치솟아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더 깊은 주름살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는 사과 5kg짜리 한상자가 작년보다 1만원이 더 오른 3만원이상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추석은 황금들녁에 오곡백과가 익어 풍요하고 꽉찬 가을이 되어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 추석제사상에 놓는다는 핑계로 위험스럽게 높은 밤나무에 올라가 밤을 따다 아버지에 들켜서 시퍼렇게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손꼽아 기다리던 추석명절은 어린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설날에 이어 일년에 두번째 새로 산 새옷을 입고 큰집 제사가는 깡충걸음은 개선장군만큼이나 의기양양 했었다. 긴긴 여름날 꽁보리밥으로 허기졌던 굼주린 배는 이날만큼은 새옷만큼이나 신바람이 났었다. 기름진 햇쌀밥에 풍성하게 차려진 추석 제사상 앞에서 큰절보다는 오징어다리나 닭갈비를 곁눈질하면서 어서 제사가 끝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곤 했었다. 할아버지를 따라나선 왕복 40여리의 성묫길에 발이 불어 텄어도 마냥 즐거웠었다. 어릴적 추석의 즐거움과 낭만은 우리의 가슴과 같이 있고 해가가도 질리지 않으며 매년 추석 이맘때쯤이면 먼 태평양으로부터 고향산천물줄기로 힘차게 회귀하는 연어떼처럼 우리의 마음에 여울져온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듯이 춥지도 덥지도 않고 하늘은 청명하며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추석절기는 한해 수확에 감사하며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일가친척이 모여 잔치를 벌이는 이른바 추수감사제로 보아 틀림없다. 중국인들도 음력 8월 15일에 한국인들과 같은 날 추석을 지낸다. 그러나 우리와는 달리 공식 휴일은 아니나 주로 가족의 단결과 화목을 도모하는데 가족, 친지들과 한약, 건강식품, 추동(秋冬) 의류 등의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미국판 추석인 '추수감사절' 은 우리와 달리 날짜가 아니라 요일로 정하여져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부터 시작된다. 미국도 감사절 연휴기간 귀성인파는 줄잡아 3500만명이 주로 비행기나 승용차로 이동하는데 분가한 가족이나 외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자녀 등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모처럼 만난 가족들은 칠면조고기를 먹고 미식축구를 보면서 명절을 즐긴다. 대만의 추석은 中秋節이라고 해서 외지에 나가 있던 가족들이 고향집에 모여 다같이 정겹게 밥을 먹고 저녁에는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빈다. 중국에 비해 무척 간소하게 지내는 명절이며 단 하루만 휴일로 쉴 뿐이다.

금년도 추석은 공교롭게도 일요일과 겹쳐서 추석 연휴가 다른 해와는 달리 3일뿐이다. 때문에 금년은 예년과 달리 혹심한 귀성전쟁을 치러야 될 것 같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올 추석연휴기간중 작년보다 통행량이 2.3%가 증가한 2,472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석연휴기간중 귀성객등이 이동시 승용차는 78.6%이고 버스는 15.1%로서 도로이용객이 전체의 93.7%로 한국교통연구원은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귀성객이 9월 13일 토요일에 가장 집중될것으로 보이며 귀경길은 9월 15일 월요일에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고속도로 이용차량은 1,644만 여대로 작년보다 0.6%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전주까지 약 8시간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귀성교통전쟁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지혜가 많이 동원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승합차등을 공동이용하자는 카풀동호인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고 역귀성을 추진하는 사람도 많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연휴 교통대란을 다소 완화하고자 공무원들에게 연휴 전후를 계기로 하루나 이틀정도 휴가를 실시할 것을 권장하기도 하였다. 이번 추석명절은 사상 유례없는 교통전쟁이 될지도 모른다.

미래세대에는 고향의 추석 향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현재의 고령화된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성묘의 필요성이 없어진다면 생각은 많이 바뀔 것이다. 현재 화장율이 매년 3.5%이상 증가하고 있고 2005년도에 사망자 23만 4천명가운데 52.6%인 12만 8천명이 화장을 하였으며 2010년에는 화장율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성묘해야할 묘소는 향후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다. 언젠가 추석전날 서울서 전주까지 승용차로 17시간이 걸려 짜증이나고 무릎에 관절염이 생길 정도로 고생하여 다시는 승용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고 결심을 해봤지만 그러나 추석이 지나면 다시 잊혀지고 이맘때가 되면 고향을 향한 마음은 고향역을 향한 기차의 기적소리만큼이나 요란하다. 마을 어귀부터 걸려있는 환영 프랑카드가 걸려있고 따뜻하게 맞이하는 부모님이 계시는 한 귀성길 머나먼 길도 마음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그래서 고향이 좋아 꽉막힌 고속도로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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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a 2008-09-10 13:43:00
곽 막힌 추석 귀향길이라도 부모님이 계시고 조상의 숨결이 살아숨쉬는 한 달려가고 싶은 길이 귀향일 것인대 어릴적 추억까지 합한다면 더 무어라 말할것인가?

세월이 흐르고 문화가 변하여 추석의 의미가 더 쇠락해지면 그때에 우리는 또 어

떤 명절을 우리 문화랄 할 것인가 .... 밢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 외국에서 수입된 문화가 우리 것을 밀어내고 말 것이다. 더 늦기전에 우리 것을 좀더 발전시키고 유지 시키는 길 .. 그것은 농업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자연과 환경 문화로서의 농업 농촌에 더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