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부상은 줘야 한다--교육감에 대한 수사의뢰 진정을 보고
학생들 부상은 줘야 한다--교육감에 대한 수사의뢰 진정을 보고
  • 이수경
  • 승인 2008.09.09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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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교육청인데, 장세진선생 맞죠?”

신문에 교육(청)관련 쓴소리의 칼럼을 내고 난 후 종종 받던 전화이다. 그렇게 시작된 전화에선 어김없이 나에 대한 질책과 항의가 이어졌다. 같은 교육가족끼리 누워서 침뱉기가 아니냐, 뭐 그런 내용이었다. 물론 멀리는 십수년 전, 가깝게는 몇 년 전 이야기다.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 지금도 비판적 칼럼 속 당사자격에 해당하는 이들로부터 개인적 항의성 전화가 걸려오긴 하지만, 교과부나 교육청 등 관청 차원의 대응적 연락은 일체 없다. 바야흐로 언론 및 표현의 자유가 신장되거나 보장된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최근 지역교육청 모 과장(사무관)이 최규호 교육감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건 역시 달라진 세상임을 실감케 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전북자유교육연합 등 교원단체를 업긴 했지만 일개 사무관의 임명권자인 교육감에 대한 수사의뢰는 하나의 사건이라 할 만하다.

나는 그들의 애증관계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또 수사의뢰한 진정인측이 어떤 득실의 셈법으로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자청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직선거법이 불필요한 것까지 너무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불합리해 보이는 것이 부상 없는 시상이다. 1학기 동안 내가 지도한 2명의 학생이 교육감 상을 받았다. 2008 중등문예백일장과 환경의 날 기념 전국환경백일장에서였다.

전자의 경우 해마다 도교육청이 지역예선을 거친 중ㆍ고생들을 대상으로 주관하는 백일장이다. 우리 학교 학생은 산문부 동상을 받았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달랑 상장만 받았다.

후자의 경우 군산환경사랑이 해마다 주관하는 백일장이다. 장관이나 군산시장 등의 상은 상장과 함께 그에 맞는 부상도 받았는데, 유독 교육감상만은 상장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는 지도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부상없음을 애써 설명해야 하는 ‘고초’를 겪었다. 학생들은 수긍한다는 표정이었지만, 아쉬움을 끝까지 감추지는 않았다.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부상을 준들 선거에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또 한 가지 웃기는 것은 공직선거법이 선거일 전 1년 동안만 기부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점이다. 이를테면 똑같이 교육감상을 받는데도 그 시기에 따라 부상을 받고, 못받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게 되어 있는 셈이다. 공명선거 등 취지야 좋지만, 현실과 괴리된 탁상행정식 공직선거법 조항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여하튼 그런 아픔을 겪은 나로선 교육감의 공직선거법 위반관련 진정사건을 납득할 수 없다. 또한 선심성 예산을 집행했다고 한들 그것이 표로 연결된다고 보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도 이제 고쳐야 한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2008년 유권자를 너무 무시하거나 깔보는 인식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어쨌든 교육감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수사의뢰로 비교적 조용히 치러진 선거라 여긴 도민들은 경악과 함께 상처를 받게 되었다. 앞으로 사법부가 가리겠지만, 교육감이 법정에 불려 다니는 등 모양새가 안 좋게 된 것은 사실이다. 흔들리게 된 전북 교육, 누가 책임져야 하나?



<장세진 / 문학평론가 · 전주공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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