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나눔의 정으로
추석, 나눔의 정으로
  • 이상윤
  • 승인 2008.09.0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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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면 땅에서 찬바람이 나온다고 한다. 이때 쯤이면 비도 자주 내려 여름 내내 뜨겁게 달구어졌던 대지를 식혀준다. 요즘 비록 하루의 기온 차이가 10도 이상 나더라도 피부에 와닿는 공기가 한결 시원한 것을 맛 보면서 가을이 익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이란 계절을 맛 볼 수 있는 나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풍토 대에 자리한 나라 사람에게 만 주어진 하늘의 특혜다.

▼고위도 지방인 유럽지역 사람들은 추위가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에 겪는 가을에 대해 반가움보다는 우울한 계절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인생에다 비유해서 가을은 해 저문 서쪽이요. 하루 가운데 어둠이 찾아오기 전 석양이요. 노년을 맞은 중노인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철 가운데 가장 한국사람이 선호하는 계절이 가을이다.

▼하늘이 파랗고 빨간 단풍이 아름다웁게 물들고, 들판이 황금빛으로 불 들여 진 가을의 풍요함은 우리들의 마음을 너그럽게 하고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곧 농촌에서는 농민들의 땀으로 결실된 오곡 백화를 수확할 채비가 한창이다. 우리는 이 자리를 통해 신토불이를 생각하지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주변은 농약과 방부제 등으로 오염된 수입농산물로 넘쳐나고 있다. 무분별하게 쏟아져 오는 수입농산물에 밀려 제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게 우리 농산물의 현주소다. 신토불이란 반드시 우리 농산물이 좋다는 의미보다는 몸과 마음이 하나이듯 몸과 땅도 하나라는 뜻이 포함 돼있다.

▼눈앞에 추석이 다가왔다. 결실과 풍요의 계절. 가을을 맞으면서도 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어려운 경제로 여기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다. 물론 옛날 보릿고개 시절보다는 훨씬 윤택한 우리들의 생활이지만 아직도 한 쪽에서는 외롭고 굶주리는 우리 이웃들이 많다. 콩한 쪽이라도 나눠먹는 인정의 미덕이 가장 절실한 때다. 나눔의 정으로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보자.

이상윤 논설위원 s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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