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부'는 기술인가요
' 아부'는 기술인가요
  • 김원규
  • 승인 2008.09.0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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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 시사 주간지 '타임'의 수석편집장을 지낸 리처드 스텐걸이 '아부의 기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아부를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높이는 일종의 현실 조작이자 미래의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행하는 의도적인 거래다'라고 정의 하였다. 인간관계를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적 칭찬으로 보스매니징(Boss Managing)과 유사한 표현이다.

평소에는 우리에게 어감이 좋지 않은 단어로 인식되어 있다.

내가 하면 훌륭한 처세술이자 능력이고, 남이 하면 치사하고 비열한 행동이라는이분법적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받을 때는 매우 달콤하지만, 마지 못해 할 때는 입이 딱 얼어 붙어 버린다.

역사적으로 보면 송강 정철이 임금을 사모하는 정을 노래한 사미인곡은 충군(忠君)의 극치를 이룬다.

진위 여부를 떠나 1공화국 시절 이승만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어떤 장관이 알랑거렸다는 아부의 명구(名句)도 있다.

올 해 연말 대선을 앞두고 후보군들이 저마다 각종의 '정책'을 내세우고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군주와 국민에 대한 유혹은 변함이 없는가 보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누구나 원활한 대인관계를 위한 아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성간에, 직장에서, 거래처에 환심을 사려 잘 보인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지난 해 유행의 물결을 탔던 '내 안에 너 있다'는 드라마의 연인적 표현이나 내셔널 프로암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미국의 미켈슨이 입버릇처럼 하는 '승리는 달콤하지만 가족은 더 달콤하다"는 말은 가히 걸작품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소개한 '골프장에서 효과적인 4가지 아부비법'도, 지자체의 기업유치 전략도, 감성마케팅도 그 범주에 속한다.

아부와 칭찬은 선의로 포장된 거짓이 아니라면 사람을 움직(moving people)이는 감동서비스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칭찬에 무척 인색한 편이다.

직장에서도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이 성공 확률이 높고 후광효과를 기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고 보면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데도 말이다.

아부는 윗사람에게만 하는 것일까.

지금의 수평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에서는 서번트 리더십으로 자리를 잡고있다.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와 관심, 칭찬으로 신나는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한 섬김의 지도력이고 '사랑경영'이다.

아부가 특별한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수고를 하더라도 찬사, 알랑거림, 고맙다는 메모, 마음을 살살 녹이는 인사 등 약간의 투자만 하면 된다.

그러나, 능력과 자본으로 인식하고 손익분기점을 따져 보아야 한다.

적자경영이 기업에 어려움을 가중 시키듯 지나친 아부로 장막에 갇히고, 함정에빠지면 판단의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부는 어떻게 해야 경제적일까

리처드 스텐걸은 '아부의 황금률'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칭찬과 동시에 부탁하지 말라. 누구나 아는 사실은 칭찬하지 말라 등" 자연스럽게 아부하고, ''나 완전 감동 먹었어. 이렇게 마음이 비단결 같다니까! 아,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받아 주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첨이 아닌 칭찬을 마다할 사람이 없다.

이제 아부는 상품이 진심이라면 멋진 디자인으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 꾸러미처럼 품격높은 칭찬이 되어야 한다. 21세기는 프로슈머요 UCC(User-Created Content)시대다.

선택과 실천의 몫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아부는 기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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