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행복
천원의 행복
  • 김정훈
  • 승인 2008.09.03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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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양심에 내맡긴 ‘무인노점상’이 익산 영등동의 한 아파트 옆에 자리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어설픈데다 초라하기 까지 한 이 노점은 달랑 ‘천원의 행복’ 이라고 적혀있는 플래카드와 돈통이 전부다.

시골의 한 60대 노부부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

생계는 막막하고, 농사일은 바빠 장사를 직접 할 수가 없게 되자 무심코 생각한 게 무인판매다. 아침에 진열하고, 저녁 시간에 물건과 돈통을 걷는다.

품목은 채소다. 가을감자, 고추, 가지 등이다.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그때까지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하나둘 돈통에 돈을 넣고 비닐로 소포장한 가지 한 묶음을 사간다. 각자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보고 알아서 사간다. 파는 사람과 실랑이 할 것도 없이 입맛대로 골라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무인판매라도 진열된 물건과 회수된 금액의 비율은 100%다. 이정도면 대성공인 셈 아닌가.

하지만 노부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비양심적인 이들도 있다.

물건에 손대는 사람은 없지만 돈통을 밤에 몰래 가져가는 바람에 3번씩이나 돈통을 교체했다고 한다.

하루 팔아야 고작 수입이 1만원 내외인데, 그것마저 욕심내는 이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같은 비양심적인 행위는 지난 3월 개설한 버스 정류장의 간이 도서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로 인해 시행 6개월 만에 책 분실률은 70%에 달한다. 지금까지 비치된 1천500권의 책 중 현재 1천 권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겨우 500권만 남았다.

더욱이 회수율은 ‘0’으로 사라진 시민들의 양심에 씁쓸함을 지울수가 없다.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다 보면 독서운동이 자리잡아 오히려 책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익산시의 당초 기대와 취지는 비양심적인 시민들의 행위로 빗나간 셈이다.

비양심적인 그들에게 노부부가 한말을 전하고 싶다. “하루 교통비도 안되는 수입이지만 잊지 않고 찾아주는 시민들이 있어 장사를 접을수가 없다”는 그 말. 코끝을 찡하게 자극하면서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모두 양심있는 도시 익산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지금 즉시 시작해 보자. 예컨데 누군가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 판매를 위해 무인가판대를 운영하고자 한다면 익산시가 규격화한 가판대를 무상으로 제작해 그들에게 나눠주라. 그들이 익산을 훈훈하게 하는 전도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익산 / 최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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