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타성에 젖지 않는 글쓰기
79. 타성에 젖지 않는 글쓰기
  • 소인섭
  • 승인 2008.08.28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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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들이 사냥하는 방법을 소개할까한다. 에스키모들은 사나운 이리를 아주 쉽게 잡는다. 에스키모들이 이리를 잡는 데는 날이 사납게 선 칼과 짐승의 피만 있으면 된다. 에스키모들은 칼끝에 짐승의 피를 발라 얼 때까지 밖에 놔둔다. 그리고 그 위에 또 짐승의 피를 발라 다시 얼린다. 이 작업을 칼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한다. 마치 막대 아이스크림을 만들듯 한다. 에스키모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칼을 칼날이 위로 가도록 하여 땅에 단단히 묶어둔다.

밤이 되자 짐승의 피 냄새를 맡은 이리가 어슬렁거린다. 이리는 피 묻은 칼날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핥기 시작한다. 결국 얼어붙은 피와 싸늘한 칼날은 이리의 혀를 마비시키고 만다. 이것이 핵심이다. 이리는 결국 자신의 혀가 베어 피가 흐르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칼날을 핥는다. 칼날에는 이리의 피가 묻게 된다. 이리는 자신의 피인 줄도 모르고 신선하고 따뜻한 피 맛을 즐긴다. 결국 혀가 더 갈기갈기 찢겨져 남은 피를 다 쏟고 죽어간다.

이러한 무디어짐은 자신이 죽어가는 것조차 잊게 한다. 무디어짐에 젖어들지 않는 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부단히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다. 문제점을 찾아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태도를 문제의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문제의식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이 독도가 우리 땅임을 입증하는 방대한 사료를 담은 영문 웹사이트를 운영해 화제가 되고 있다. 10여 년째 우리나라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캐나다인 스티븐 바버씨는 한국인들이 영어의 장벽 때문에 독도 영유권을 국제사회에 알리지 못하는 문제의식을 느껴 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필자는 그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www.dokdo-takeshima.com에 들러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는 방대한 영문 자료가 있음을 보고 매우 놀랐다.

글을 쓰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서고 다른 하나는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신통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감성적인 글들이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아 유행이 지난 옷처럼 독자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본다. 물론 문제의식은 풍부하지만 문장력이 부족한 글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개인의 경험에 바탕을 두되 대다수의 사람을 상대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논술을 쓰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청진기를 목에 걸고 환자의 상태를 알아내려고 준비 중인 의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지금 이 방법이 옳은가?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가?’라고 질문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문제의식의 출발점이다.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질문 같지만 새로운 방법을 찾게 해 주는 힘이 있다. 문제를 제기하면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되어 있는 것이 본능적인 인간의 뇌 구조임을 인식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덧붙여 이야기하면 생각이 머무를 때 즉시 쓰고 읽어보는 글쓰기 습관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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