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야기-'0.001초 경쟁'
수학이야기-'0.001초 경쟁'
  • 소인섭
  • 승인 2008.08.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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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중국 베이징에서 제 29회 올림픽이 지난 8월 8일 오후 8시에 개회되었다. 우리나라는 무척이나 좋은 성적으로 우리에게 깊은 만족과 감동을 주고도 남음이 있다. 국력과 체력은 비례한다고들 한다. 이 말이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그러나 그 이면에 숨은 뜻은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성적은 과학의 발전과 비례한다는 말이 더 타당할 것이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갖고 있는 기량을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과학의 힘을 이용한다. 최근 326킬로를 번쩍 들어 금메달을 딴 역도의 장 미란선수도 역시 지난 1년 동안 역학전문가의 도움으로 몸의 균형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1960년 로마와 64년 도쿄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자인 아베베 비킬라는 맨발의 마라토너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처럼 맨발로 육상 종목에 출전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지금은 모든 선수들이 첨단과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대이다. 특히 수영·육상 등 0.001초의 경쟁을 벌여야하는 종목의 선수들에게는 더 더욱 그렇다. 이런 선수들을 위해 스포츠 과학이 존재하고 발전했다. 스포츠과학연구소들은 올림픽을 위해 지난 4년간 수천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비밀 병기를 만들어냈다.

올림픽의 꽃은 단연 육상이다. 어느 올림픽을 막론하고 육상화의 화두는 '가볍게 더 가볍게'이다. 이제는 가벼운 것을 뛰어 넘어 그야말로 깃털처럼, 신었지만 신은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가벼운 신발을 만드는 것이다. 즉 초경량이다. 무게 몇 그램이 무슨 큰 차이겠느냐고 하겠지만 단거리에서는 메달의 색깔을 바꿀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기술은 플라이 와이어 이다. 말 그대로 하면 나르는 실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가볍다는 뜻일 게다. 미국 포틀랜드 주에 있는 나이키 스포츠 연구소에서 개발한 이 실은 두께가 500분의 1 mm(2마이크론)에 불과하다. 이 실로 육상화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무게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강도는 보통 실보다 수천 배에 이른다. 손으로 끊을 수 없을 정도의 고강도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발의 지지력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정확히 그 힘을 제공하도록 하는 플라이와이어를 사용한다. 마치 현수교 케이블과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워낙 얇다 보니 이 실을 사용해 만든 육상화의 무게는 마의 벽이라던 100그램을 깨고 93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나이키는 이 육상화를 줌 빅토리 스파이크라고 이름 붙였다. 물론 똑같은 기술을 응용한 농구화도 만들었다. 미국 프로농구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가 신고 있는 하이퍼덩크가 바로 플라이와이어 기술을 접목했다.

보통 신발을 신고 뛰어보자. 분명 발이 신발 안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완전히 없앴다는 것이다. 신발 속에서 발이 1mm 밀린다고 하면 100m를 달릴 경우, 100mm(10㎝)의 차이를 보인다. 0.01초를 줄이기 위해 결승선에서 가슴을 내미는 등 마지막 힘을 쏟는 육상선수들의 모습을 볼 때 이 10㎝는 분명 메달의 색깔을 달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중장거리 선수들의 경우 발이 노는 것을 잡았다는 것은 경기력 향상에 필수적이다. 트랙을 25바퀴 돌아야 하는 1만m 등 중장거리 선수들의 경우, 발이 신발 속에서 놀면 레이스에 집중할 수 없다. 플라이와이어 기술로 만든 육상화를 신고 지난 해 오사카 세계 육상대회 여자 1만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카라 가우처는 "전혀 발이 미끄러지지 않아 정신이 산만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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