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농(農)텐
행복한 농(農)텐
  • 장병수
  • 승인 2008.08.1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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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30도까지 올라간 수은주가 저녁이 되어도 끔쩍하지 않는다. 의복을 최대한 가볍게 입고 있어도 별도리가 없어 보인다. 답답한 마음에 별로 길지도 않은 머리카락이라도 잘라 보면 좀 시원해지려나 하는 마음에 시내에 있는 이발소에 들렀다. 나와 같은 마음에서 온 분들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미 몇 분의 대기자가 있었다. 잠시 후 내 차례가 되었다. 의자에 앉자 마자 이발사께서 부러운듯이 한마디 던진다.

"휴가 갔다 왔나 봐요! 멋지게 썬텐을 하셨네요."

그 순간 나는 잠시 혼란스런 마음에 사로잡혀 환상 빠졌다. "예, 잘 갔다 왔지요. 지중해 연안의 파란 바다와 언덕위의 하얀 집의 절묘한 조화가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하는 해외 여행을 하고 왔다"고 말할까? 아니면 "동남아의 골프장에서 몇 일을 보냈더니 남들이 부러워하는 구릿빛 피부가 되었다"고 말할까?

이러한 환상은 이발사가 들고 있던 넓은 보자기가 나의 목을 죄어오는 순간 깨어지고 말았다. 환상에 빠진 거짓말이 목에 걸린 것이다. 천만 다행이었다. 만에 하나 이발사가 구체적으로 물어 본다면 어찌할 뻔했겠는가!

순간적으로 아찔했다. 가볍게 머리를 두세번 흔들고 나니 이발사의 질문이 떠올랐다.

"썬텐했냐고요? 그런데 썬텐에 아니라 '농(農)텐'을 했지요."

"농텐이라고요? 썬텐은 들어봤어도 농텐은 처음인데, 농텐이 뭐예요?" 이발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 보았다.

"몰랐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구릿빛 피부를 만드는 썬텐이거든요. 농사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구릿빛 피부가 되고, 행복한 밥상을 준비하니 지구상 가장 행복한 휴가를 보내는 것이지요. 도시인들이야 휴가를 간다고 계곡을 찾고 바다를 찾지만 농촌에 사는 우리는 하루하루가 휴가의 연속이지요."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학생들의 체험학습 중시 효과 덕분에 여름 휴가를 농산어촌에서 보내면서 생태체험 및 문화 탐방 프로그램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전국 곳곳에는 녹색농촌체험마을, 전통테마마을, 정보화마을, 팜스테이 등등 크고 작은 다양한 유형의 휴식 및 체험 공간이 준비되어 있으며, 도시민들의 휴식에 불편함이 없도록 쾌적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으며, 화장실과 욕실도 현대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방문자들이 직접 수확한 야채와 과일 및 농수산물을 이용한 먹거리 체험은 수확에 대한 즐거움과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터득하게 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농산어촌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화되고 있으며, 지역 특색에 맞는 이색적인 내용도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다. 즉 웰빙시대에 맞는 황토맛사지, 황토염색, 황토 슬라이딩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옥수수, 토마토와 같은 제철 과일 따기와 목공예(목걸이, 곤충, 새총만들기), 천염염색, 한지공예, 간장과 순두부만들기 등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수변생태공원탐방, 동굴탐험, 허브체험,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 곤충탐험 등 직접 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확대 되고 있다. 농촌 체험에 문화 공연이 가미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실제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와 '거창국제연극제'는 답답한 도시가 아니라 푸른 숲속에서, 시원한 강물 속에서 연극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소중하게 기억될 것이다.

농산어촌에서의 휴가 보내기는 도시민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농특산물의 판매와 체험비 등으로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인 농업 농촌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 휴가철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네 농산어촌은 유명 관광지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포근한 엄마의 정을 느낄 수 있으며, 살아 숨 쉬는 생태 체험을 할 수 있고, 도시에서 찌든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마음껏 녹여낼 수 있는 푸르름이 편안하게 보듬아 줄 것이다. 농산어촌에서의 휴식과 체험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구릿빛 피부를 만들어 줄 것이며, 가장 행복한 휴가이자 추억이 될 것이다. 농텐의 행복함을 즐겨보자!



<장병수 / 한국사이버농업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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