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춘추 권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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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혁남
  • 승인 2008.08.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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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완주 통합논의, 정치인은 빠져라

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교수)

남북통일은 온 겨레의 소망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더욱 절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남북통일이 안 되는가? 이유는 하나다. 통일의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남북의 위정자들이 진심으로 통일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주민이 강하게 바라는 전주와 완주간의 통합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0여 년 동안 끊임없이 논의 되었고, 몇 차례 시도하였다가 서로가 상처만 입고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 이후론 서로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가 임정엽 완주군수가 매우 용기 있게 기나긴 침묵을 깨뜨렸다. 지난달 28일 임군수는 "전주시에서 정식으로 요청하면 군 의회와 군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뜻을 표명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크게 반기면서 통합의 분위기가 일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임군수는 사흘 후에 "만일 통합 제의가 온다면 이를 묵살하지 않고 군 의회와 군민에게 정식으로 보고해 그 결정에 따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한 데 불과하다"고 말을 흐리고 말았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임군수가 사흘 만에 꼬리를 내리는 바람에 많은 주민들은 또 다시 실망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러나 포기하긴 이르다.

우리가 도농통합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고 있는 여수시의 사례를 보자.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3려시군이 통합되기까지는 그야말로 3전4기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 3려시군은 1983년, 1995년, 1997년 3번에 걸쳐 통합시도를 하였지만 일부 지역정치인들의 딴죽 걸기 때문에 막판에 가서 실패를 거듭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1998년 4번째 시도에서 성공하게 되는데, 이 때 여수시의 대폭적인 양보와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통합드라이브를 건 것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통합에 힘입어 여수시는 세계엑스포를 유치하는데 성공하였고, 2010년 여수-광양-순천의 야심적인 통합을 위해 3시간 행정협의회를 구성하여 세부적 논의를 벌이고 있다.

여수시의 성공사례와는 정반대이면서 전주-완주의 경우와 매우 흡사한 사례가 바로 청주-청원간 통합시도이다. 완주군이 전주시를 둘러싸고 있듯이, 청원군 역시 청주시를 둘러싸고 있다. 주민인구면에서도 청주시는 전주시와 똑같이 63만 명이고, 청원군은 10만 명으로 8만 명인 완주군보다는 조금 많은 편이다. 청주-청원은 지난 1994년, 2005년에 통합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였고, 올해에도 청주시가 강하게 구애를 하고 있지만 청원군은 통합을 거부하고 단독 시로의 승격을 꾀하고 있다.

이제 다시 전주와 완주로 돌아가자. 과거 대다수 주민들이 통합에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딱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일부 지역정치인들이 지역발전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집착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일부 완주군민들이 통합이 되면 완주군의 발전은커녕 여러 혐오시설만 들어서고, 완주군민은 2등시민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통합논의에 있어서 지자체나 지역 정치인들은 일체 빠지고 대신에 민간인들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때마침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통합 촉진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에 있는데, 지금까지는 통합 대상지역의 지자체장들의 건의가 있어야만 통합이 가능했던 것을 해당 지자체의 민간 통합추진위원회나 일정 수 이상 주민들의 직접 건의로도 통합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잘된 일이다.

또한 완주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여수시의 성공사례에서 보았듯이 전주시가 많은 것을 양보하고, 통합시의 주요시설, 예를 들어 구청, 문화 예술 의료시설을 완주지역으로 이전하고, 완주주민을 위한 정책 약속을 확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분명 통합에 있어서 지역정치인은 지렛대가 될 수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지역정치인들이 소아적인 이기주의를 버리고 통합을 강하게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에 부응하여 뜻을 같이한다면 통합은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지역정치인들이 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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