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수학의 전망
금융수학의 전망
  • 김경섭
  • 승인 2008.08.1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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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션이라는 금융상품에 복잡하고 난해한 수학적 구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인 금융수학이 태동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옵션에서 수학적인 관심사는 무엇일까? 먼저 공정한 옵션프리미엄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권리인 옵션을 얼마에 사고팔아야 거래 쌍방 간에 공정한 계약이 되는 걸까 하는 문제이다.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주식가격이 어떤 확률과정을 따르는지 알게 되면, 미래의 시점에서의 가격의 분포를 알 수 있게 되고, 옵션의 가격은 그때 주어질 이득의 기대값을 구해 이자율을 이용해 현재의 가치를 구해주면 될 것이라는 직관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아마 이러한 직관이 맞았다면 금융수학이라는 분야는 생겨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비트리지라고 불리는 ‘전혀 위험이 없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프리미엄 결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다행히 금융과는 전혀 별개로 발전되어온 확률과정론 이라는 확률론의 한 분야가 이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었으며, 마치 금융이론이 그리로 발전해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툴들이 이미 개발되어 있었다. 옵션의 가격결정문제는 단순화된 모형 속에서 1973년 블랙-숄즈, 머튼에 의해 해결되었다.

이들의 업적은 1997년 노벨 경제학상으로 보상되었고(95년 타계한 블랙은 받지 못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숄즈와 머튼이 참여한 헤지펀드 회사 LTCM이 1998년 파산하여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보여 주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천재들의 실패’라는 책에 잘 묘사되어 있다.) 정리해보면 금융수학이란 금융시장에 상존하는 위험을 회피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내고 거래하며, 금융상품의 취급 절차들을 마련하거나 보완하고, 위험을 측정하고 관리하여 금융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해가도록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주로 확률론 및 확률과정론(금융 관련 부분), 재무관리, 파생상품이론, 컴퓨터 프로그래밍 (비주얼 베이식, C++ 등), 위험관리론, 이자율 및 신용위험 모형, 편미분 방정식, 수치해석 및 시뮬레이션, 계량경제학과 통계학 등을 배우게 된다. 회계, 법률, 세금 관련 내용도 많이 알수록 좋기 때문에 종합예술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 유수의 대학에서 금융수학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많은 대학에서 금융수학 과정도 개설하고 강의 과목도 늘려가는 추세에 있다. 여러 학과들이 연계된 석사과정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금융수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어떤 곳에 취업을 하게 될까? 금융수학을 전공하면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투자금융회사, 신용평가회사, 자산운용회사, 금융관련 IT회사 등 금융전반에 걸친 회사에 취업을 한다. 하는 일들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지만 주로 파생상품 관련 상품개발 및 평가, 위험관리(시장, 신용, 운영 위험 등), 자산운용, 신용 및 펀드 평가, 금융솔루션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적은 상황이며, 금융 분야는 매우 넓어서 아직 미개척 분야도 많다. 최근에는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 규제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은 증권회사들이 설립되고 있으며 금융수학전공자들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경험을 쌓은 퀀트들이 해외로 진출하기도 하는 등 전망도 밝다. 다음 학기부터는 전북대학교 수학과에도 금융수학이 개설된다. 사고가 유연하며 외향적이고 성취욕구가 강한 수학전공 학생이라면 금융수학에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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