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무산
베이징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무산
  • 이병주
  • 승인 2008.08.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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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과 2004년 올림픽 때 공동입장을 했던 남북한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공동 입장은 물론 순차 입장까지 무산되고 말았다. 왕웨이(王偉)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 부위원장은 8일 베이징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입장한 뒤 2~3개국 뒤에 북한이 입장할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위원장은 “한국과 북한 사이에는 2∼3개국 올림픽 대표단이 입장할 것”이라며 “어느 나라가 될 것인가의 문제는 기술적으로 안배할 것이나 중요한 것은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들은 “BOCOG는 당초 남북한 동시 입장이 무산될 경우 한국 177번째, 북한은 178번째로 입장시킬 계획이었으나 북한 입장 순서를 180번째로 정했다”고 말했다.

국가별 국명을 중국어 간체자 획순으로 계산하면 ‘한국’과 ‘조선’의 첫글자가 모두 12획으로 같지만 두번째 글자인 국자는 8획, 선은 14획으로 한국이 북한보다 먼저 입장하게 된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7일 기자회견에서 “IOC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공동입장이 무산됐다”면서 “두 나라가 잇따라 입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개막식 선수단 입장시 한국 대표단과 떨어져 입장하고 싶다는 뜻을 IOC측에 전달했으며 IOC는 개별 주권국가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별도 입장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에 남북한 순차 입장까지 거부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데다 금강산 피살사건까지 겹치면서 정치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은 한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남조선 지역에 불법적으로 설립된 단체에 불과하다는 비현실적인 정치관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순차 입장무산의 주요 이유다. 한편 남북한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김운용 IOC 부위원장과 장웅 북한 IOC 위원이 공동입장에 합의하면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공동 입장을 하며 한반도 평화통일의 의지를 과시했다. 남북한은 또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은 물론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서 아홉차례나 공동입장을 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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