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문창룡 논술
nie­문창룡 논술
  • 소인섭
  • 승인 2008.08.0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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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유연한 실험정신

돌솥비빔밥은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보통의 밥보다 재료를 많이 사용해서 영양이 만점이다. 잘 식지도 않고 고소한 누룽지까지 먹을 수 있는 돌솥비빔밥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돌솥비빔밥은 사실 일본에서 개발한 음식이다.

일본의 최고 번화가인 긴자거리에 가면 한국인 장정자씨가 운영하는 ‘청향원’이란 한식당이 있다. 1952년 혁명가였던 남편을 따라 일본에 정착한 장씨는 긴자거리에서 한식당을 열어 다양한 창작 요리를 선보였다. 장씨는 1965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비빔밥을 뜨거운 돌솥에 담아내는 돌솥비빔밥을 고안해 냈다. 이 돌솥비빔밥이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드디어 우리나라로 역수출된 것이다.

원래 있던 비빔밥을 뜨겁게 달군 돌솥에 담아낼 생각은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가 있어서 가능했다. 알고 보면 독특한 도시의 문화는 그곳의 상인들과 거리에 붐비는 인파들이 만들어낸다. 동대문시장에서 젓가락처럼 길쭉하게 생긴 김밥과 종이처럼 얇고 납작한 만두를 먹어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실감할 것이다.

번화한 거리에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실험정신이 있어서 좋다. 어디를 가나 매일매일 상황에 따라 얼굴을 바꾸어간다. 특히 젊은이들이 붐비는 거리에서 만난 그들의 튀는 발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는 이러한 거리를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다양한 색채와 음악을 배경에 깔고 개성 있게 꾸민 젊은이들은 내안에 꿈틀거리는 끼와 본능을 충분히 자극하고 남는다. 더 자세히 말하면 거리가 만들어 내는 상황들이 영감을 무척 자극한다.

논술에도 이러한 면이 있을 때 독자들이 즐거워한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유연한 실험정신을 논술에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붐비는 가게에서 감각 있는 소녀가 찾아낸 민트 빛깔 아이스크림모양의 귀걸이와 같은 참신한 소재를 발굴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 소유했던 논리나 고답적인 소재를 고집하면서 글을 쓰면 시대감각이 떨어질뿐더러 설득하는 힘도 약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확인되지 않은 기준에 의존한 글은 독자를 답답하게 만들뿐이다.

그렇다. 내가 가진 사고만을 고집하면 다른 사람을 설득해 낼 수가 없다. 마치 후미진 골목에서 시대감각을 잃은 채 힘겹게 서있는 어느 옷가게와 같은 모습이다. 비록 그만의 독특한 빛깔이 있다고는 하나 대중이 적극 호응해주지 않는다.

좋은 글들을 관찰해보면 매우 중요한 특징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모순투성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 중에는 특별한 근거 없이 자리 잡은 편견이 무수히 많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열어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무엇이건 간에 겁내지 않는 실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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