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상에 바란다
박경리문학상에 바란다
  • 이방희
  • 승인 2008.08.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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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문학평론가 · 전주공고교사
5월 5일 지병으로 타계한 박경리 추모사업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봉헌식이 49재에 맞춰 열렸는가 하면 원주시ㆍ통영시ㆍ하동군 등 고인의 고향이거나 오랜 거주지, ‘토지’의 무대인 지자체들의 추모사업이 그것이다.

좀 더 살펴보자. 원주시는 이미 세워진 토지문화공원을 관광 명소로 만들어 소설 ‘토지’ 학교 등 20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토지’의 집필을 끝낸 1994년 8월 15일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8월 15일을 ‘소설 토지의 날’로 선포하고 각종 행사를 연다. 흉상 및 기념시비도 건립한다.

통영시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2월 박경리문학관을 착공한다. 전시실, 세미나실, 자료실, 영상실, 창작집필실 등을 갖춘 2층 건물로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 배경이 된 현 충렬사 광장 주변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통영시는 박경리에 관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는 중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원주시ㆍ통영시 하동군이 공동으로 제정ㆍ시상키로 한 ‘박경리문학상’이다. 나 역시 대하소설 ‘토지’와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 비평을 통해 진단한 바 있지만, 그가 생전에 이룩한 문학적 업적을 생각해보면 추모 사업이나 박경리문학상 제정ㆍ시상은 당연한 일이다

지자체마다 따로 할 경우 그 부작용이 클 것을 우려한 3개 시ㆍ군 공동의 박경리문학상은 그중에서도 평가할 만한다. 3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주최하되 예산 등 행정적 뒷받침만 해주고 주관은 ‘토지문화재단’에 일임한다는 지자체들의 발상 역시 제대로 된 흐름이라 반갑다.

문제는 시행과정에서의 고인 욕되게 하지 않기이다. 관계자들이 심도있게 논의하며 결정할 것으로 보지만, 우선 시상 범위다. 지금 시상하고 있는 각종 문학상들도 예외가 아니다. 요컨대 추모 주인공이 시인이면 시인만, 소설가면 소설가에게만 상을 주는 것은 닫힌 시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박경리의 경우 소설가로 더 각인되어 있는 만큼 필히 소설가가 수상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 평론가도 대상이 되어야 한다. 소설을 쓰는 건 작가지만, 그것을 문학성 있는, 또는 독자에게 친숙한 작품이 되게 하는 건 무릇 평론의 몫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오늘의 박경리를 있게 한 데에는 평론가의 역할이 만만치 않았음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얘기이다.

다음은 상금규모이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각종 문학상의 시상액보다는 좀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예컨대 그렇듯 떠들썩하게 3개 시ㆍ군이 공동으로 제정하는 박경리문학상금이 1천만 원에 불과하다면 한 군데 지자체나 유족들, 그리고 출판사가 상금을 대는 경우와 비교가 되지 않겠는가!

고인 욕되게 하지 않기는 백일장 개최나 독후감 공모전 등에서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 김유정탄생100주년기념 문예작품을 공모하는 어느 신문사에서는 시상 훈격이나 상금 규모를 문의하니 버럭 화를 냈다. “상금만 타먹고 가는 그런 사람은 차라리 응모하지 말라”는 막말까지 퍼부어댔다.

조지훈기념사업회는 백일장의 자세한 안내서를 팩스로 보내 달라는 주문에 그리 하마고 해놓고도 보내주지 않았다. 정지용기념사업회는 청소년문학상 응모 원고를 이미 공지한 날짜보다 무려 열흘이나 앞당겨 마감하는 등 납득안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라든가 미숙함도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나 종사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고인이 된 행사의 문인들에게 욕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인을 욕되게 하는 거라면 문학상이고 백일장이고 작품공모전 따위는 아예 하지 않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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