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절실한 관광개발 패러다임
변화 절실한 관광개발 패러다임
  • 박기홍
  • 승인 2008.07.29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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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오후 농촌에서 조용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이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지평선상의 산봉우리나 근방의 작은 나뭇가지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는 한 동안 이들 모습에 동화되어 산이나 나무가 갖는 분위기를 함께 숨쉬게 된다.

우리는 전통예술인 마당극이나 판소리를 감상할 때 공연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우들의 입김과 표정 그리고 분위기를 호흡하며 유일한 그 작품의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사물의 유일한 특성을 구성하는 분위기를 학계에서는 ‘아우라’라 부른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웰빙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전라북도 역시 국제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통한 관광산업을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관광개발은 관광객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아우라를 제공하지 못해 사람들의 발길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의 발전에도 역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대규모 개발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는 정책을 관광객이 지역의 아우라를 체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라북도에는 현재 23개에 달하는 관광지가 있고 익산시, 진안군, 정읍시의 경우에는 무려 3개소가 지정되어 개발되고 있다. 이것도 부족하여 2011년까지는 30개소로 늘려 개발할 목표를 잡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전라북도에는 시·군 당 평균 2개 이상의 관광지가 운영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식의 관광개발은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을 던져 주고 있다.

대규모 관광개발은 무엇보다도 먼저 지역주민의 생활터전을 훼손하며 개발과정에서 주민을 배제함으로써 관광개발이 당초 목표로 했던 주민들의 소득수준 향상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관광지가 들어섬으로써 고향을 등지고 타지를 떠도는 주민들의 실상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소수의 주민이 희생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개발이 목표한 대로 이루어져 지역이 발전하고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우리 지역의 23개 관광지 가운데 완료된 곳은 하나도 없으며 심지어 개발투자가 51% 이상 진행된 관광지는 2개소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실적은 계획대비 8.3%에 머물고 있는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식의 관광개발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관광자원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석을 세공하여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어야 하는데 원석 자체를 망가트리고 있는 것이다. 매일 매일 관광자원을 늘려 나가기는커녕 원금마저도 날리고 있는 꼴이다.

간판만 바꿔 달고 내용이 똑같은 이와 같은 방식의 관광개발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관광정책 담당자들이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지는 대부분 계획차원에 국한될 뿐 정작 실행으로는 옮겨지고 있지 않다.

예컨대 전라북도의 경우 잠재력 있는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하여 국내 생태·농촌·문화 관광자원을 선점할 필요가 있고 환경보전과 지역발전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식 증대로 지역관광개발의 청정·생명·건강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해 놓고도 막상 개발계획을 보면 차별성 없는 시설조성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라북도가 설정한 관광개발의 비전은 ‘서해안 시대의 국제 경쟁력 있는 5감 체험의 관광휴양지역’이다. 이러한 비전이 ‘한여름밤의 꿈’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전라북도의 고유한 관광자원을 보석으로 가공하여 관광객이 우리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우라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이름난 관광지는 일시적 쾌락만 제공하는 판박이 테마파크가 아니라 그 지역의 아우라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인수 / 전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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