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대화를 위한 제언
원활한 대화를 위한 제언
  • 이병화
  • 승인 2008.07.2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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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수단의 발달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가정은 대화의 사각지대라고 한다. 부부간이나 부모와 자녀간에는 필요한 의사만을 표시하는 데 그치는 반면, 대부분의 대화는 인터넷이나 핸드폰을 통하여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나 친구들과 이루어진다고 한다. 특히 실제 배우자와는 별다른 대화가 없으면서 사이버상의 배우자와는 밤을 지세워 대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화가 없는 가정은 생존할 수 있으나 발전할 수가 없다.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갈등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화의 필요성은 정부와 국민간에도 예외일 수가 없다. 과거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던 시절에는 일방적인 교육 내지 지시만으로 충분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의 의식이나 교육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국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즉 정부는 국민을 위하여 행동하는 조직체로서 국민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여야 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직접 주인인 국민들의 뜻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민 역시 과거에는 막걸리나 돈 몇푼에 아무런 생각없이 투표권을 행사한 경우도 있었으나, 요즈음은 기억하고 있다가 선거 때 표로 응징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가고 있다.

이와 같이 가정이나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 중요한 수단인 대화를 대화답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비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화가 대화답게 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는 가장의 역할이 중요하고 국가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공무원의 자세가 중요하다. 즉 가장이나 공무원은 먼저 가족 구성원이나 민원인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민원인의 외모나 사회적 지위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둘째 상대방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들어 보아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요구가 해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화가 대화되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국가나 가정을 불문하고 각종 약속의 불이행으로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뢰성이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얘기로 사탕발림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귀를 잡아 둘 수가 없고 마음을 잡아 두기란 더더욱 어렵다. 잃어버린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이행되지 않은 약속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라.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신중하게 약속하고, 약속한 사항은 철저하게 지켜라. 못 지킬 약속은 아예 처음부터 하지도 마라. 넷째 역할분담을 철저히 하라. 대통령이라고 해서 국가의 모든 일을 다 할 수도 없고, 가장이라고 해서 가정의 모든 일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역할을 분명히 하고 각자의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지워라. 또한 부부간에도 남편과 아내로서,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보다 확실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대화주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키워라. 충분한 지식축적이나 준비없는 대화는 금방 밑바닥이 보이고 알맹이없는 말의 성찬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시간만큼 상대방의 시간을 죽이는 결과가 되어 다음에는 참여하기를 꺼리게 될 것이다. 여섯째 대화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마라. 주제가 복잡하거나 많을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곤란하다. 또한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의 대화는 겉돌기 마련이고, 상대방의 불신만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소고기 협상과 관련하여 발생한 촛불시위는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부족이 빚어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촛불시위의 핵심주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현재의 상태에서 또다른 주제를 내걸고 시위를 할 경우 당초의 순수성에 대해 의심을 받게 된다. 정부에서도 소고기의 촛불이 꺼졌다고 하더라도 다시는 소통의 부족을 이유로 촛불이 켜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생활에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에 정보를 공개하고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반회사의 경우 경영진이 주주와 고객을 위한 설명회를 수시로 가지듯이 국민과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오해로 인한 국력낭비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가장 역시 자녀들에게도 가정의 재무상태나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지혜를 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때 대화부족이나 따돌림 등을 이유로 한 가정파괴나 청소년의 자살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대화는 가정을 가정답게, 국가를 국가답게 만드는 첩경이요, 영양소이다. 각 조직의 최고 책임자들이여! 조직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그 기회를 확대하라!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이병화 / 금융감독원 인력개발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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