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분리배출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분리배출
  • 김민수
  • 승인 2008.07.21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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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업체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가격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달라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의 여파를 더 크게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간다고 한탄하면서 정작 내 손으로 귀한 원자재를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심코 버리는 음료수캔을 재활용하면 철이나 알루미늄을 얻을 수 있고, 페트병을 분리배출하면 그만큼 원유를 덜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재활용을 위해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시행한 결과 4년간 총 4,690천톤을 재활용하여 재활용품의 경제가치 7,710억원을 창출하였고, 이는 총 3,237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재활용은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여 환경을 살리는 길이면서 동시에 폐기물에서 자원을 회수하여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재활용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보다 더 높은 것은 물론이고, 재활용의 선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분리배출 노력이 우리나라를 재활용 선진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분리수거함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분리배출 요령에 대해 국민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유나 음료수 포장에 쓰이는 종이팩이다. 보통 종이팩을 신문지 등 폐지와 함께 묶어서 배출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종이팩도 종이 재질이므로 같이 재활용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재활용 측면에서만 본다면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

종이팩은 양면에 비닐(폴리에틸렌)을 코팅하기 때문에 펄프가 물에 풀어지는 해리(解離)시간이 종이와 달라서 종이를 재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제대로 재활용할 수 없다. 때문에 종이팩의 분리배출표시에도 ‘종이’가 아닌 ‘종이팩’으로 표기가 되어있다. 이처럼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지 못한 종이팩은 한 해 생산량의 70% 이상으로 추정된다.

반면, 분리배출된 종이팩은 화장지 제조업체에서 고급 화장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종이팩에는 형광물질이 없어 화장지 제조시 최고의 원료로 쓰이고 있으며, 일부 업체에서는 아파트들을 돌며 종이팩을 수거하기 위한 전담인력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종이팩을 종이와 같이 배출하면서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다고 뿌듯해하는 한편에서 화장지 제조업체는 종이팩이 부족해서 외국에서 수입까지 하고 있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이팩을 올바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수고스럽더라도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한번 헹군 후 펼치거나 압착하여 일반 폐지류와 혼합되지 않게 배출해야 한다. 종이팩 분리배출을 위한 작은 노력이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종이팩을 고급 화장지로 되살릴 수 있으며, 그만큼의 나무를 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가정에서의 분리배출 노력과 병행해서 지자체에서 종이팩이나 형광등, 건전지 등을 분리배출 할 수 있는 수거함을 확충하는 노력도 더욱 필요하다.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의 경우 형광등이나 건전지 등을 배출하려면 수거함이 동사무소 같은 공공장소에만 있어 일부러 그 곳까지 가야하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종량제봉투에 버린다면 하나의 쓰레기가 더 생길 뿐이다. 하지만 같은 것을 분리수거함에 넣는 작은 수고가 쓰레기를 원자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환경을 보전하고 국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 멀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 마신 음료수캔을 분리수거함에 넣는 아이들의 손에서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재활용의 꽃을 기대해본다.


나 길 /  전주지방환경청 측정분석과 시험분석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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