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을 짓 해보면 어떨지
욕 먹을 짓 해보면 어떨지
  • 한성천
  • 승인 2008.07.20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문화도시, 한옥마을, 소리고장, 맛의 고장.

이는 전주(全州)를 지칭하는 수식어다. 여러 가지 수식어를 통합해 전주를 예향(藝鄕)이라고 불렀다. 21세기에 들어선 ‘한(韓)브랜드 중심지’라고도 부르고 있다.

이 가운데 외지관광객을 흡인하는 요소는 단연 ‘한옥마을’이라 하겠다. 작금에 와서는 전주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전주시와 시민들이 공력을 들인 결과다. 특정 공간을 한옥마을로 설정해 다양하게 경관을 꾸며왔다. 이젠 자녀의 손을 잡고, 연인과 함께 실개천이 흐르고 있는 한옥마을을 걷는 시민들이 부쩍 늘고 있다.

물레방아가 돌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한옥마을의 담장을 보노라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곳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있는 도심복판이다. 나아가 미래문화와 도시공간의 방향성을 끄집어낼 수 있는 항아리처럼 여겨진다.

그동안 기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한옥 담장 사잇길을 걸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상 떨쳐내지 못했다. 부족한 그 뭔가를 찾아내기 위해 한옥마을로 향하는 발걸음 수는 늘었다. 그리고 찾아냈다.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부족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한옥마을엔 한옥들이 많지만 이곳을 대표할만 한 ‘한옥다운 한옥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한옥마을 지역주민들이 생활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마을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현대화된 아파트로 이주할 수 없는 경제적 여건 때문에 머물러 사는 주민, 그리고 약간의 불편을 한옥의 여유로움으로 대체해 만족해하며 이곳을 떠나지 않는 주민 등이다.

한옥마을의 구성요소를 보면 매년 변하고 있다. 종전엔 향교와 오목대, 한국은행 관사,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거주하는 한옥들이 대부분 차지했었다. 그러나 한옥마을을 지역문화상품으로 개발하면서 도로변 중심으로 음식점과 전통찻집, 전통공예품 판매장 등 각종 상업시설과 최명희문학관, 전통술박물관 등 문화공간들이 늘고 있다.

시에서도 지역특색을 살린 관광상품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최근에는 한옥마을에 실개천을 개설해 주·야간 시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시민들의 반응도 기대이상이다. 향후는 가늠키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추가로 구성될 요소는 남아있다. 한옥마을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편의증진을 위한 주차공간 확보를 비롯해 정주공간의 추가 배치, 전통 저작거리 조성 등 아직까지 입성하지 못한 전통문화요소들이 남아 있다.

한지만 한옥 주택양식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한옥은 아직도 계획이 없다. 한때 기자는 사석에서 전주시장에게 ‘욕먹을 일을 한 가지 벌이자’고 주문한 적 있다. 한옥마을에는 도지사공관이 있다. 하지만, 현대식 건물이다. 그래서 전주시장 관사를 한옥으로 폼나게(?) 건립해 ‘전주시 영빈관’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한옥마을의 랜드마크로 만들자는 지극히 사적인 생각이었다.

시장은 정치인이다. 유권자인 시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시장관사를 호화판으로 짓는다고 여론도마에 오를 수 있다. 기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주를 방문한 외지관광객들에게 한옥마을을 깊게 각인시켜 전주를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도시로 만들수만 있다면 욕을 먹어 봄이 어떨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