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세기 단위, 리히터와 진도
지진세기 단위, 리히터와 진도
  • 한성천
  • 승인 2008.07.17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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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찬성에 지진으로 거의 남한보다 큰 부분이 지진의 피해를 입었고 인명과 재산의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인 것이다. 우리에게 지진은 세계 어디에선가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지진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매년 지진은 3백만 번 이상 발생한다고 한다. 하루에 8천 개, 매 11초마다 한 번씩 발생하는 꼴이다. 지진이 아주 흔히 일어나는 자연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지진의 원인을 밝혀낸 것은 길어야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지진계는 132년 후한시대에 장헹(張衡)이라는 사람이 발명했고 한다. 장헹은 천구의인 혼천의를 만든 중국의 대발명가였다. 그가 만든 지진계는 후풍지동의(候風地動儀)라고 한다. 후풍지동의는 지름이 약 2m인 청동제의 용기로 바깥쪽에 구슬을 입에 물고 있는 8마리의 용이 8방위에 따라 위치해 있고, 그 아래쪽에 8마리의 두꺼비가 입을 벌린 채 배열되어 있다. 지진에 의한 진동이 있을 때 구슬이 두꺼비의 입으로 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진동의 방향은 어떤 위치의 용이 공을 떨어뜨렸느냐 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이 기구는 사람은 느낄 수 없었던 600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의 지진을 감지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지진감지기의 내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감지기 내부에 있는 어떤 종류의 진자운동이 용을 움직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도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수만 마리의 두꺼비의 대 이동이 있었다고 한다. 보기에는 흉측스러운 미물이지만 인간보다 훨씬 민감한 동물인 것 같고 우리의 조상들은 그것을 알았나보다.

현대적인 지진계의 원리는 19세기말에 등장했다. 공중에 매달린 추에 펜을 고정시키고 펜 아래에 기록할 종이를 놓는다. 지진이 발생하면 공중에 매달린 추는 관성 때문에 움직이지 않고 종이만 움직이기 때문에 지진파가 종이에 그려진다. 오늘날 지진계는 전자방식으로 교체되었다. 하지만 그 원리는 동일하다. 그렇다면 지진계에 나타나는 그래프를 통해 지진이 얼마나 센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까? 지진의 세기는 지진계에 나타난 그래프가 얼마나 심하게 요동하는지에 따라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진의 강도를 나타낼 때는 단위가 쓰인다. 보통 진도 얼마라거나, 리히터 규모 얼마라는 식으로 말이다. 리히터 규모가 가장 일반적인 지진 세기의 단위다. 리히터 규모로 3이하이면 지진을 느끼기 어렵다. 리히터 규모 5 정도면 약한 건물이 무너진다. 리히터 규모 7이면 지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까지 영향을 주는 강진이다. 9 정도면 수천 킬로미터 지역이 파괴된다. 10 이상은 그 파괴력을 가히 상상할 수 없는데 지진이 관측된 이래 아직까지 발생한 적이 없다고 한다. 리히터 규모는 1935년 미국의 수학자 찰스 리히터가 개발했다. 그는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의 최대 진폭과 관측소에서 진앙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지진의 크기를 결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리히터 규모가 한 단계 높아지면 에너지는 무려 32배가 된다. 지진이 전달하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 이번에 발생한 중국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 7.9인데,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약 320개나 떨어진 것과 같다고 한다. 리히터 규모 대신 더 오랜 역사를 지닌 진도라는 단위도 쓰인다. 진도는 구조물의 흔들림이나 파괴 정도에 대한 인간의 주관적인 관측을 바탕으로 지진의 등급을 나눈다. 때문에 진도는 지진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지진의 발생지점을 알아낼 때는 지진파의 특성을 이용한다. 지진파는 P파와 S파, 이렇게 크게 두 종류가 있다. P파는 소리처럼 땅을 좌우로 흔들며 이동하고, 반면 S파는 땅을 위아래로 흔들며 이동한다. 그리고 P파가 S파보다 먼저 전달된다. 두 지진파의 속도 차이를 통해 지진의 발생지점을 찾을 수 있다. 그 원리는 천둥과 번개로, 번개가 우리로부터 얼마나 먼 곳에서 치는지를 알아내는 방법과 같다. 번개가 치고 나서 1, 2, 3 하고 천둥이 우르르 꽝 울릴 때까지 수를 센다. 그러면 시간 차이로 번개가 얼마나 멀리에서 치는지를 알 수 있다. P파를 번개, S파를 천둥이라고 하면 지진파도 같은 상황이 된다. P파와 S파가 전달되는 시간차를 통해 얼마나 먼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정확한 지점을 알 수 없다. 대신 측정한 장소로부터 얼마나 먼 거리에서 발생했는지 둥근 원을 그릴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정확한 지점을 알려면 적어도 3곳에서 이 자료가 필요하다. 3곳에서 구한 거리에 대한 원 3개를 지도에 나타내면 원은 한 지점에서 서로 만난다. 이곳이 바로 지진이 발생한 곳이다.

<전북대 수학통계정보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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