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식 "쇠돌은 인간애에 대한 그리움 해소해 인기"
이문식 "쇠돌은 인간애에 대한 그리움 해소해 인기"
  • 박공숙
  • 승인 2008.07.15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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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일지매'서 일지매 능가하는 인기몰이
“‘쇠돌’이 인기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애에 대한그리움 때문일 겁니다.”

이문식(41)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SBS TV ‘일지매’(극본 최란, 연출 이용석)의‘쇠돌’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면서도 그동안 인터뷰를 일절 거절해온 그가 드라마에서의 퇴장을 앞두고 14일 저녁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다모’ 마축지와 차별화하고 싶었다

충북 제천에서 ‘일지매’의 마지막 촬영을 진행하던 이문식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간 앞니를 뽑은 것에 불필요한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아 말을 아껴왔다” 고 밝혔다.

그는 ‘불필요한 관심’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분명 겸손이다. 배우들의 연기 투혼이 여러 형태로 발휘되긴 하지만 생니를 뽑는 것은 몸무게를 줄이고 늘리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이 드라마를 위해 멀쩡한 앞니 한 개 뽑아버렸다.

“생니를 뽑은 것은 사실이지만 배우가 살을 뺐다가 찌우기도 하는 등 연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 이것 역시 노력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무슨 ‘연기 투혼’ 식으로 포장되는 것이 쑥스러웠고 그게 본질이 아닌데 지나친 관심을 받는 것 같아 인터뷰를 피해왔습니다.”

그가 생니를 뽑을 결심을 한 것은 2003년 MBC TV ‘다모’에서 맡았던 ‘마축지’ 역과 차별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축지는 양반댁 사노비 출신의 소매치기로 심성이 착하고 코믹한 캐릭터. 좀도둑 출신 ‘쇠돌’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자칫 ‘다모’의 마축지와 비슷하게 될까봐 고민을 했어요. 어떻게 변화를 주나 생각하다 이를 뽑아야겠다고 결심한거죠.”

제작진은 생각지도 않았던 이문식의 투혼에 대본을 수정, 쇠돌의 앞니가 뽑히게된 사연을 드라마에 그려넣었다.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으레 분장 효과라고 생각했지만 발음하는 것을 보니 실제이가 빠진 거였더라. 정말 놀랍다”며 이구동성 감탄을 쏟아냈다.

◇‘허삼관매혈기’를 모델로 삼았다

쇠돌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용이(이준기 분)와 시후(박시후)다. 그런데 둘 다 친자식이 아니다. 게다가 쇠돌이 같이 살고 있는 단이(김성령)는 아내이긴 하지만 한번도 같은 이불을 덮은 적이 없는 사이다. 그래서 그는 저잣거리에서 ‘총각’ 으로 소문나 있지만 쇠돌은 두 아들과 아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푼다. “처음에 감독님이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어봤냐고 묻더라구요. 쇠돌이 바로 허삼관 같은 아버지상이라는 거였죠. 마침 저도 그 책을 읽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자신의 피를 뽑아가며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바로 쇠돌이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쇠돌은 허삼관보다 한 수 위다. 실제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아들들을 위해희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내 아이들이 6살, 3살인데 키우다보니 아버지의 마음을 알겠어요. 애들이활짝 웃고 내 품에 안길 때는 정말 감동 그 자체입니다. 낳은 정도 크지만 기른 정도 크다고 생각해요. 쇠돌이의 마음이 그런거죠.”

그는 단이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해서도 “쇠돌의 몽타주(생김새)가 별로이다보니 단이가 그동안 결혼을 안해준 것 같다”며 허허 웃었다.

◇인간에 대한 조건없는 사랑 그리고 싶었다

그는 쇠돌이 일지매를 능가하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세상이 각박하니까 그런 사람을 보기 힘든데 옛날 시골에서는 순박한 이웃들이 아주 많았어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동네 아이들에게 그냥 참 잘해주셨습니다. 쇠돌은 바로 그런 인간입니다. 남의 자식에다, 남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다 품을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4회 남은 ‘일지매’는 시청률 30% 를 향해 질주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문식은 “그만큼 사람들이 영웅을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얼마전에도 강화도 모녀 살해사건이 벌어지는 등 우리 사회가 지금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지매 같은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를 돌아보는 시간 가졌다

이문식은 2001년 영화 ‘달마야 놀자’ 이후 ‘범죄의 재구성’ ‘마파도’ ‘공공의 적’ 등을 거치며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연극판에서 다진 연기력을 바탕으로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조연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영화 ‘플라이 대디’, ‘ 공필두’, ‘마을 금고 연쇄 습격사건’와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 등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최근 2년 여 내리막을 걸었다.

“슬럼프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것은 작품의 결과와 반응에 따른 평가일텐데 반응이 항상 좋을 수는 없잖아요. 다만 한동안은 앞만 보고 달렸다면 그런 일들을 계기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산도 많이 탔어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쇠돌의 인기는 한동안 주춤했던 이문식의 부활을 뜻하기도 한다. ‘일지매’에서 쇠돌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벌써 퇴장할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반응이 일면서 16일 방송되는 17회에서야 쇠돌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날 제천에서 쇠돌의 퇴장 장면을 찍은 이문식은 “오늘 마지막 촬영이라 생각하니 좀 짠하다”면서 “이제 촬영이 끝나면 임플란트를 해야한다”며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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