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배 밭에서는 사과를 찾지 말아주세요"
송강호 "배 밭에서는 사과를 찾지 말아주세요"
  • 박공숙
  • 승인 2008.07.13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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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운 감독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주연 배우 송강호.
’살인의 추억’의 박형사, ’괴물’의 철없는 아빠강두, ’밀양’의 카센터 사장 종찬… 길거리 어디에서 한번쯤 마주쳤을 법하지만 송강호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았을 인물들이다.

김지운 감독의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서 송강호가 ’이상한 놈’을 맡은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상한 놈’의 탈을 송강호가 쓴 순간 ’이상한 놈’ 태구는 캐릭터가 아닌 인간이 된다.

말을 타고 장총을 돌리는 ’좋은 놈’과 눈에 광기를 머금은 ’나쁜 놈’보다 이상한 말투에 이상한 액션을 선보이며 모든 위기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태구가 오히려진짜 ’사람’ 같다.

11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태구를 “일관성이 없어서 이상한 놈”이라고 분석했다.

“임기응변에 강한 인물이죠. 잡초 같은 인물이고요. ’좋은 놈’과 ’나쁜 놈’에게일관된 느낌이 있다면 ’이상한 놈’에게는 일관성이 없어요. 액션도 마찬가지죠. ’이상한 놈’의 액션은 캐릭터 자체에서 나옵니다. 지프를 갈아타는 장면처럼 액션이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많은 작품에서 넉살로 스크린을 장악했던 그의 인상은 아무래도 친근함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인상은 착각이다. 눈가와 입가에서 웃음을지우면 보는 사람은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러나 그가 마음먹고 너스레를 떨면 또 다시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코믹한 이미지가 과소비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배우마다 각 영화에서 분담하는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이 즐겁다고 느끼면 제대로 연기했다는 증거죠. ’우아한 세계’에 맞는 연기, ’밀양’에 맞는 연기가 있고 ’놈놈놈’에 맞는 연기가 있는 겁니다. 또 ’좋은 놈’ 의 역할, ’나쁜 놈’의 역할이 있듯 ’이상한 놈’의 역할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 이상한 놈’이 성취해야 하는 역할이 바로 유머입니다. 오락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으니 나 답게 하면 된다, 힘있고 재미있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놈놈놈’이 공개된 뒤 액션과 스펙터클은 볼 만하지만 이야기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목소리를 높여 김 감독의 선택을 옹호했다.

“모든 영화에는 각각 성취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겁니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다소 약하다는 게 큰 문제는 아니죠. 배 밭에서 사과를 찾지 말고 맛있는 배를 찾으시면 됩니다. ’아, 배가 달구나, 맛있구나’ 생각하고 먹으면 되지요. 그럼 우리 배 맛이 어떻냐고요? 너무 달아서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웃음).”

’조용한 가족’, ’반칙왕’에 이어 김지운 감독과 3번째로 만난 그는 김 감독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서로의 팬”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감독님의 팬이고 감독님도 나의 팬입니다. 감독님에게는 독특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가 있어요. 공포, 누아르, 코미디, 어떤 것을 하든 특유의 장르 변주 능력이 있죠. 늘 새로운 영화를 기대하게 하는 감독이라 다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열망이 늘 있었는데 반칙왕 이후 8년 가까이 기회가 안 닿아 이번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2006년 ’괴물’부터 올해 ’놈놈놈’까지 4편을 잇따라 내놓은 그는 잠시도 멈추지않고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촬영 중이다. 역할에 맞춰 몸무게도 10㎏이나 줄였다.

“그 전에는 1년에 한 편 꼴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게 됐습니다. ’박쥐’ 이후에는 정해진 작품이 없어요. ’박쥐’만 끝나면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좋은 작품이 나오면요? 글쎄요, 그땐 또…(웃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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