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스토리와 열연의 힘 '님은 먼곳에'
<새영화> 스토리와 열연의 힘 '님은 먼곳에'
  • 박공숙
  • 승인 2008.07.09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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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님은 먼곳에'(감독 이준익)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수애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경상도 농촌의 종갓집 며느리인 순이(수애)는 베트남전에 나간 남편(엄태웅)을 만나겠다며 위문공연단에 지원한다.

숫기없는 시골 새댁 순이에게 무대에 설만 한 끼는 없다. 도시 젊은이들처럼 고고 클럽에 가봤을 리도 없고 팝송에 익숙하지도 않다. 부를 줄 아는 것은 김추자의 노래들 뿐이다.

고향 마을 밖으로는 좀처럼 나와보지 않았을 것 같은 이 순박한 시골 새댁이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까지 가서 만나려고 하는 남편은 사실 대학시절에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다. 결혼 직후 입대한 남편이 베트남에 가게 된 것은 여자친구가 보낸 이별 편지 때문이었다. 외박 나와도 순이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은 남편이다.

국내외 대작들이 늘어선 여름 극장가에서 24일 개봉하는 ‘님은 먼곳에’가 다른 영화를 앞서는 장점은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이다.

줄거리의 큰 틀은 순이가 베트남으로 건너가 남편을 만나러 가는 과정이지만 그안에는 순박한 시골 아가씨가 낯선 땅에서 무대를 휘어잡는 스타가 되는 성공담이 있고 험난한 베트남 생활에서 살아남는 모험담이 있다.

몰라보게 예뻐진 수애의 아우라에 순이의 여정에 함께하는 위문공연단 ‘와이 낫(Why Not)’멤버들의 탄탄한 캐릭터가 매끄럽게 결합한 덕에 스토리는 삐걱거리지 않고 흘러간다.

‘순이’라는 이름의 시골뜨기에서 ‘써니’라는 가명을 갖고 군인들을 열광시키는 스타로 거듭나는 모습은 수애가 아니라면 다른 배우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몸에 잘 맞는 옷이다.

청순가련형의 순이에서 강인한 여성 써니로 변해가는 순간 순간의 섬세한 변화는 수애 특유의 눈물연기와 함께 후반부 묵직한 감동을 준다.

순이 혼자 극을 이끌어갔다면 자칫 심심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영화에 풍부한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것은 순이 주변의 인물들. 그 중심에는 밴드의 리더인 정만이 있다.

돈밖에 모르지만 가슴 속에 정(情)을 감춘 정만(정진영), 순이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용득(정경호) 등은 때로는 사고를 치고 때로는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순이가 고난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든든한 조력자이며 전쟁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전우다.

1970년대 여인 순이가 겪는 베트남전을 통해 감독이 결국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차츰 강해지는 순이의 모습에 있는 듯하다. 밴드의 다른 멤버들에게 의지하고 구박받던 순이는 무기력한 남자들 틈에서 가장 강한 모습으로 차츰 변해간다.

당시의 시대상이나 여주인공의 심리를 드러내는데 사용된 것은 음악이다. ‘님은먼곳에’나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대니보이’, ‘수지Q’ 등 수애가부르는 노래들은 감정을 확장시키는 도구이며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왕의 남자’로 이미 1천만 관객을 흥분시켰고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으로 꾸준히 호평을 받아온 이준익 감독은 ‘님은 먼곳에’에서 비로소 자신의 대표작을내 놓는 느낌이다. 탄탄한 줄거리에 꼭 맞는 캐스팅과 좋은 연기, 군더더기 없는 연출, 전쟁 장면의 풍부한 볼 거리까지 감독은 그동안 쌓아 온 연출력의 내공을 이 영화에 아낌없이쏟아내고 있다.

차근차근 쌓이던 감정이 감동으로 폭발하는 엔딩을 보면 ‘이 감독 사람과 인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구나’하는 감탄이 흘러나올 듯하다.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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