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미라보' 다리
전주의 '미라보' 다리
  • 이수경
  • 승인 2008.07.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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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원호(건축사 / 시민연대 정책실장)
전주의 심장이면서 젖줄인 전주천의 본류에는 편도2차선 이상의 교량이 22여개가 설치되어 있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 대다수가 전형적인 콘크리트 구조로 예술적인 형태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한 구조체로 되어 있다.

최근 생긴 서신동과 서곡지구를 연결하는 홍산교와 전북도청으로 연결하는 효자다리 외에는 이렇다할 내세울만한 교량이 없다. 이는 비단 전주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국내의 어느 도시를 가든 전근대적인 통행수단의 역할만 수행하는 교량들로 채워져 왔고, 그나마 몇년 전부터 도시의 Identity를 상징하는 철구조물의 아치형 다리를 세우는데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다.

전주천을 가로지르는 22여개의 다리중 아치형의 철구조물로 장식한 효자다리와 최근 개통한 구도심과 서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홍산교는 그나마 시민들의 눈요기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행자들이 잠시 멈추어 전주천의 물흐름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지 못했다.

프랑스 센강이나 체코 프라하의 카를루프다리, 태국의 콰이강변처럼 가까이서 강을 보게 하려는 의도가 녹아나 있지 않다.

세계의 많은 역사적 도시들은 한결 같이 풍부한 강을 끼고 형성되었다. 고구려의 수도였던 국내성과 평양, 서울(하남위례성), 공주, 부여가 그랬고, 유럽의 로마나 파리 런던이 그렇다.

이러한 도시들은 한쪽도시에서 시작된 기점을 중심으로 강을 이용한 교통이나 물류활동으로 도시의 성장과 함께 강 건너편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여기에서 도시의 팽창과 함께 강변의 아름다움이 조성되기까지의 과정은 바로 다리의 건설에서 비롯되었다. 도시가 팽창되면서 강 양쪽으로 발달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다리가운데 하나가 체코 프라하의 카를루프다리이다. 1357년 카를루프 4세가 건설을 시작해서 바츨라프4세때인 1402년 완성된 이 다리는 길이 516m, 너비9.5m로 당시로서는 전세계에서 보기 드문 거대한 다리였다.

이 다리는 강변에 아름답게 조성되고 구축된 중세기풍의 고딕 건축물과 함께 아름다운 수변 공간을 이루면서 강 동쪽의 구도심과 강 서쪽의 프라하성을 연결하는 보행전용의 다리이다. 이 두 도심을 연결하여 통합한 것이 카를루프 다리였다. 카를루프 다리는 지은 지 600년이 지났지만 자동차가 다닐 만큼 튼튼한 다리이면서 도시의 통합?연결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교량위에서 상업적인 행위를 하기도 하고, 교각 난간에 설치된 여러가지 조각상을 배경으로 보행자나 관광객들의 사진 찍는 명소로 쓰이면서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되어 버린 위대한 건축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다른 프랑스 파리의 센강은 강변에 식재된 수림대 뿐만 아니라 그 위에 설치한 다리가 명물이다. 센강은 본류에만 36개의 다리가 있는데 그중 10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미라보다리, 퐁뇌프다리, 알렉상드르3세 다리에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센강의 다리들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는 것은 이곳을 이용하는 보행자들이다.

루브르 박물관 옆 데자르 다리, 에펠탑 근처의 드빌리 다리, 오르세미술관 옆의 솔페리노 다리는 특히 유명한데 이들은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서 강을 건너는 이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그중 오르세 미술관 옆 날렵하고 매끈하게 빠진 솔페리노 다리는 밑에서 위로 휜 아치형 다리위에 직선형 다리가 이중으로 놓인 보행자 전용다리로서 보행자들은 위와 아래 어디로도 다닐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솔페리노 다리와 비슷한 모양을 지닌 다리가 프랑스 사람이 설계한 한강의 선유교가 있다. 한강에서 하나뿐인 보행자 전용다리이다.

파리의 센강 다리는 또다른 구역을 이어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강 주변에는 세계적인 박물관인 루브르와 고흐, 고갱 등 인상파 화가의 그림들을 전시하는 오르세미술관, 튈르리 궁전,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등 많은 볼거리 문화 건물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강 양안을 연결해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다리를 통해서 강주변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고 어머니 품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와 대비되는 전주천 주변에는 황량한 도로변과 획일적인 무표정한 고층 건물, 오래된 보기 흉한 건물들의 모습밖에 없다. 전주천변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천변의 둔치에 도심의 허파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조경수를 심어 푸르름을 제공해야 하고, 둘째, 그 조경수 밑에서 시민들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접근성이 양호한 보행로와 벤취들을 배치한 광장을 설치하고, 셋째, 적절한 인공보를 군데 군데 만들어 물을 담수하여 여름철 무더운 대기를 식힐 수 있는 풍부한 수자원이 있어야 하고, 넷째, 천변 주변에 있는 고층 아파트의 무표정한 측면을 강과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과 야간 조명을 설치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다섯째, 가급적 직선화된 다리보다는 보행자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리난간에 cul-de-sac 형태로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의 담소 장소와 볼거리 공간을 제공하고, 마지막으로, 강위에 건너지르는 다리의 형태를 미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전주를 상징하는 이미지 즉, 부채살의 아치형태, 전통한옥의 디자인 요소, 목구조를 사용한 난간대와 석등, 그리고 조각상으로 구성해 본다면 전주천의 새로운 관광 명소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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