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
  • 전정희
  • 승인 2008.07.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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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성주간의 주제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돌보아야 할 자녀의 수는 줄어들고, 평균수명은 늘어나서 여성들은 이제 일하지 않고서는 자기 삶의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더욱이 사회적으로도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도래로 말미암아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노동력의 공백을 메우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여성이 일한다는 것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발전과 생존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 되었다.

이미 OECD에서는 한국이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않아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2008년 현재 54.8%로서 OECD 국가의 평균치인 60.8%에는 여전히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졸 여성 취업률도 58%로서 OECD의 79%와는 격차가 크다.

한편에서는 최근 여성들의 사회적 성공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는 여성들의 활약상을 보면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여성우대를 주장하거나 여성배려를 요구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될 만큼 화려하기조차 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여성의원의 비율은 13.7%를 기록했다. 이것은 역대 최대 당선률을 나타냈던 17대보다도 0.7% 상승한 것이다. 올해 외무고시 여성합격자는 67.7%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보였고, 사법고시·행정고시도 30%를 거뜬히 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여성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여성 임금 근로자들에게 눈을 돌려 보면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직과 일용직이 각각 29.9%와 10.2%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 기업이 92.6%를 차지한다.

빈곤의 여성화가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여성 가구주의 수는 1980년 116만 9천 명에서 올해 368만 9천 명으로 이 기간에 3.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 가구주의 증가는 같은 기간 남성 가구주의 1.9배 보다 그 증가 폭이 훨씬 크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물론 올해 여성주간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하고, 보육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직장 내에 관행처럼 남아 있는 성차별적 요소도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인사정책과 직장문화 등이 평등하게 바뀌지 않고서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는 어렵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가정에서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성들에게 이중고를 안겨 주고 결국은 일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있다.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곡선이 24세-35세 사이 여성들의 직장이탈을 의미하는 M자형 곡선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이유다. 스페인처럼 법제화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가사와 육아의 분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최근 육아휴직을 2년까지 가능하게 하고 3세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이 시행되었다. 개정안에 담고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와 같은 탄력 근무제도 유용한 방안일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의 분위기가 이러한 법령을 뒷받침해 줄 수 없다면 여전히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가족 친화적인 직장 문화가 절실한 것이다. 인적자원으로서의 여성을 소중히 여기는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노력이 합해질 때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는 우리 앞에 구체화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전정희(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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